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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은 하나님의 선물] “중독자는 죄인 아닌 아픈 사람… 치유되도록 사랑으로 보듬어야”

중독·낙태 전문가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빌딩에서 ‘국민일보 연중기획 생명은 하나님의 선물-성경적 시선으로 바라 본 생명, 한국교회에 바란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갖고 성경적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장,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장, 문시영 새세대윤리연구소장. 송지수 인턴기자








국민일보는 강력범죄 자살 낙태 중독 등 생명경시 풍조를 만연케 하는 네 가지 주제에 대해 지난해부터 국내외 실태를 살펴봤다. 한국교회와 함께하는 연중 기획시리즈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 4부에선 생명존중문화 확산을 위해 활동해 온 기독교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사회가 처한 현황과 문제점, 한국교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좌담회 참석자>

김형근 서울중독심리연구소장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장
문시영 새세대윤리연구소장


-2020년 현재 분야별로 주목해야 할 현안과 문제점은.

김형근 소장=중독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전 사회적으로 중독자들을 소외시킨다는 점과 그들을 ‘문제’란 틀 안에 가둬놓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 마약이든 성이든 중독에 빠진 이들을 범죄자로 볼 것이냐, 아픈 이들로 볼 것이냐를 놓고 이견이 있다. 근본적으로는 중독자들을 아픈 사람으로 보는 게 회복과 교정, 치유에 있어서 맞다. 윤리·도덕적 관점에서만 보고 그저 ‘나쁜 사람’ ‘못된 사람’으로만 여기는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권장희 센터장=올해 총선을 준비하며 여당이 공공와이파이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보의 접근성 격차를 해소한다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으나, 중독 차원에서 보면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가 접근성이다. 특히 스마트 기기를 통한 아동·청소년의 중독은 심각한 상황이다. 청소년의 17% 이상이 미디어 중독에 빠져 있다는 통계가 있다. 공공와이파이를 확대하는 게 이들에게 과연 긍정적일까 하는 우려가 있다. 학교와 교육청 단위로 스마트 교육이란 이름으로 미디어 기기를 사용하는 수업을 점차 늘려가고 있어 미디어 기기 절제 측면에서 학교와 부모 간 갈등도 생겨나고 있다.

문시영 소장=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낙태죄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올해 말까지 대체 입법을 해야 한다. 앞으로 입법청원 등 공론화 과정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합리성과 공공성 측면에서 낙태 문제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충분히 설득할 기회를 얻어야 한다. 교회도 낙태를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라 하나님이 생명을 어떻게 소중히 여기시며 교회가 생명을 환영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 무엇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 집중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미래의 주역인 다음세대가 처한 현황은.

김 소장=음란물 중독에 노출돼 실생활에 문제가 되는 이들 중엔 기독교인도 많다. 중독을 죄악으로 여기기에 더 큰 죄책감이 휘몰아쳐 오히려 더 음란물에 빠지게 된다. 교회가 중독을 죄악으로 여기는 쪽으로만 갈 게 아니라 건강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다.

권 센터장=사회 현상 용어 중에 ‘팝콘 브레인’이란 말이 있다. 자극적인 영상에 뇌가 최적화되면 더 큰 자극이 없는 경우 뇌가 무력화되는 걸 말한다. 청소년기는 언어 감각 공감능력 등이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다. 이 시기에 게임에만 몰입하면 뇌 구조가 그런 것에만 반응하게끔 바뀐다. 남을 배려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뇌의 발달을 막는 것이다. 요즘 과잉행동증후군(ADHD)을 가진 초등학생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많은 아이가 뇌의 자극에 익숙해져 상대적으로 뇌의 자극이 적은 교실 안에선 불안해한다.

문 소장=낙태를 거론할 때 대부분은 성교육만 문제 삼는다. 쾌락, 탐닉의 문제를 짚는 성교육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아이들에게 하나님 자녀로서의 삶과 생명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교육 등도 부족하다.

-낙태 문제에서 기독교가 여성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처럼 비치면서 ‘생명의 존귀함’이란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 소장=교회는 여성의 삶과 태아의 생명 사이의 긴장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 교계가 여성의 권리에 반대하는 집단으로 비치는 것은 자칫 논점을 잃어버릴 수 있다. 단순히 ‘생명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기에 낙태를 반대한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육아와 출산에 대한 남성의 책임도 짚고, 합리적 대안을 갖고 공론화된 토론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생명의 존엄성을 어떻게 신장시키고 보호할 것인가로 끌고 가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지혜로운 해결 방향은 무엇인가.

김 소장=성경이 얘기하는 사랑을 어떻게 드러낼 것인가가 중요하다. ‘옳음’을 추구하는 기독교 방식이 때론 교묘하게 사랑을 막는다. 한 목회자가 청소년 자위 중독자에게 지혜롭게 말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던데 답은 간단하다. 그를 ‘사랑’으로 바라보면 된다. 중독자들이나 일반인 중에는 기독교를 차갑고 냉정하고 편견이 있고 옳음만 주장하는 집단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중독자들을 죄인으로만 볼 게 아니라 그들에게 옳은 방식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권 센터장=부모들은 자녀들의 먹거리, 몸 건강에 관한 관심만큼 미디어에 빠진 아이들을 하나님을 올바로 예배하는 영으로 이끄는 데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다른세대’가 아닌 부모의 신앙을 이어주는 ‘다음세대’를 만드는 길이다.

문 소장=교회는 낙태 문제에서 입법 청원이나 전문가 집단 및 기독교 시민단체 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세상에 그저 반대집단으로만 비칠 것이 아니라 ‘생명을 환영하는 교회’의 모습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교회 안에서 복음에 기초한 생명존중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교회 스스로 긍정어법을 개발해 생명을 존엄하게 여기는 예수 정신을 끊임없이 다음세대에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 시대의 크리스천들이 어떤 시각으로 각 문제를 바라봐야 할까.

김 소장=현장에서 만난 이들 중에는 본인이나 가족의 중독 문제를 교회 내에서 드러낼 수 없어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교회가 성숙하고 건강해야 그들의 보이지 않는 마음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그래도 중독을 병, 아픈 것으로 보고 정직하게 드러내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회 문화가 먼저 바뀔 필요가 있다. 무조건 기도하면 된다는 식으로 그들을 인도하기보다는 죄가 아닌 아픔으로 인식해 도와줘야 한다. 정죄하기 바쁜 이 세상에 기독교가 할 수 있는 부분은 돌봄과 사랑으로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판단과 비난의 관점이 아니라 무엇이 힘들고 어떤 아픔이 있을까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그런 시각을 기독교가 이끌었으면 한다.

문 소장=새 생명의 출산을 개인의 영역으로 제한해 현장에서 대안을 찾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이 먼저 인식을 정립해야 한다. 성경과 복음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하나님이 태아를 보시는 관점, 즉 자신의 자녀로 보고 계시는 관점을 회복해야 한다. 하나님 생명의 주권을 침해하고 자기 멋대로 결정해버리는 이른바 자유주의 정치사상에서 벗어나 하나님은 모든 것의 주인이시며 하나님이 세상을 통치하고 계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교회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교회가 해야 할 역할은.

김 소장=전도와 복음의 끝은 중독이다. 중독자를 회복시키고 그들을 위한 소금과 빛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대형교회도 각자가 가진 힘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영역인 중독 사역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숙한 모습으로 중독이라는 낮고 천한 곳을 돌아보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미국의 경우 정부 관료들은 회복과 치유의 리더십을 배우기 위해 워싱턴DC의 세이비어교회를 찾는다고 한다. 이처럼 치유정책을 교회가 선도해 나라의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계가 성숙하고 건강한 교회의 모습을 먼저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권 센터장=미디어 중독의 경우 성도들이 먼저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을 인식할 수 없게 만드는 미디어 중독에서 빠져 나와 일상 속에서 존재하는 하나님의 통치와 다스림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 소장=교회의 교회 됨이 중요하다. 근간은 예수님의 복음이다. 그 인식을 심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나님의 주권이 생명의 영역에서도 존중돼야 함을 끊임없이 교회가 가르쳐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교회를 주도해온 번영의 복음에 관한 관심에서 벗어나 생명운동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교회가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반등의 기회다. 이제는 번영 그 너머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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