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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휴일] 한계



한밤중에 혼자
깨어 있으면
세상의
온도가 내려간다

간간이
늑골 사이로
추위가 몰려온다

등산도 하지 않고
땀 한번 안 흘리고
내 속에서 마주치는
한계령 바람소리

다 불어버려
갈 곳이 없다
머물지도 떠나지도 못한다

언 몸 그대로
눈보라 속에 놓인다
시요일의 ‘시인의 시작’ 중

‘시인의 시작’은 시인 100명의 등단작을 갈무리한 책이다. ‘시작(詩作)의 시작(始作)’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이 책에서 ‘한계’는 천양희의 작품이다. 시인은 한밤중에 깨어 늑골 사이를 휘도는 한계령 바람소리를 듣는다. 정처 없이 왔다가 가는 게 바람이건만 그의 마음에 불어닥친 바람은 “머물지도 떠나지도” 않고 가슴 깊은 곳에 눈보라를 만든다. 살면서 우리가 마주하는 한계라는 것은 저렇듯 “언 몸 그대로 눈보라 속에 놓인다”는 느낌, 바로 그런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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