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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전광훈과 한국당

전광훈 목사(왼쪽)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 연합뉴스


“국민이 총격을 가해서 죽인다니까(…) 다른 나라 같으면 누가 저런 대통령을 살려 주겠나” “문재인은 심장마비로 죽는다” “문재인 목을 따야 한다” “문재인 저X 쳐내면 가정·직장·교회의 앞날이 열린다” “문재인 저X을 끌어내려 주시옵소서” “문재인은 하나님이 폐기처분했다” “독일 히틀러를 교훈 삼아” “빨갱이 국회의원들 다 쳐내버려야”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지난 한 해 언론을 통해 전해진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의 발언들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전 목사는 “전교조에서 성(性)을 공유하는 사람이 1만명”이라는 말로 법원에서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명박(당시 대선 후보) 안 찍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거야” “세월호 사고 난 건 좌파, 종북자들만 좋아하더라” 같은 말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빤스’ 발언도 빼면 안 되겠다. 개신교 신도를 싸잡아 모욕한 말에 다들 귀를 의심했다. 정말? 현직 목사가? 이걸 정치편향이라고 말하면 순진한 평가다. 바탕에는 혐오와 낙인찍기, 협박, 저주, 거짓 예언, 그리고 신성모독의 정서가 흥건하다.

개신교계에는 그의 목사직과 한기총의 대표성에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목사로서 그의 언행을 비평할 능력은 없다. 한 원로의 지적처럼 “건전한 상식에도 어긋나는” 수준이라고 느낄 뿐이다. 그의 예배가 순수한 종교행위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설교마다 등장하는 “문재인 하야” “빨갱이 국회의원”이 정치발언이 아니라면 뭔가. 다만 목사의 막말은 교계 자정으로 해결될 거라고 믿었다. 자유한국당이 없었다면 그렇게 됐을지 모른다.

전 목사가 활약하는 극우의 광장에 제1야당이 입장하는 순간, 판이 달라졌다. 전 목사의 폭언에 정치적 무게를 실어준 건 한국당이다. 의도가 아니었대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국당과 전 목사의 관계는 두 갈래다. 황교안 대표와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황 대표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3월 전 목사를 공식 방문했다. “한국당이 200석을 얻지 못하면 국가가 해체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전 목사) “천만 크리스천들과 함께 뜻을 좀 모아 달라.”(황 대표) 이런 노골적 덕담이 오갈 때까지만 해도 둘의 관계는 교인끼리의 친밀감으로 이해됐다. 둘의 밀착은 지난해 말 황 대표의 단식 과정에서 분명해졌다. 비장한 단식 선언 후 그는 곧바로 전 목사의 농성장을 찾았다. 이후 KBS 보도를 통해 전 목사의 전교조 사건 변론을 변호사 황교안이 맡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 목사의 영장실질심사 당일에는 황 대표가 페이스북에 우려의 글을 올리고, 당 대변인 명의의 논평까지 냈다.

또 다른 고리는 전 목사가 총괄대표, 이재오 전 특임장관이 총괄본부장을 맡은 범투본이다. 준비위원회 명단에는 한국당의 중량급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조국 사태 내내 광장을 달군 범투본 집회는 전 목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난 주말에도 이어졌다. 토요일 서울 광화문 집회 풍경은 하루 전 한국당 ‘국민대회’와 찍어놓은 듯 엇비슷했다. 군중 위로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배접된 국적 불명의 깃발이 휘날리고, 가판대에서는 이스라엘 국기가 팔렸으며, 거리에는 ‘예수님의 이름으로’ ‘문재인 감방’ ‘박근혜 석방’의 함성이 가득 찼다.

광장의 시민을 비난할 마음은 없다. 현실에 전 목사의 극우적 언어에 열광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걸 안다. 그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낼 권리가 있을 거다. 하지만 한국당이 전 목사를 정치 자산으로 활용하는 건 다른 문제다. 극우의 판에 발을 디딜 때는 대가가 따른다. 기억할 건 그 점이다. 한국당은 현직 대통령의 사망을 예언하는 광장의 언어에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 어려울 것도 없다. 황교안의 한국당이 지금 누구와 손을 잡고 어디로 가는지. 사람들은 그것만 정확히 알면 된다. 환호든, 비난이든, 심판이든, 지지든. 결정은 시민들이 내릴 거다. 정치의 이름으로.

이영미 온라인뉴스부장 ym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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