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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미·중 갈등의 세 가지 리스크



새해에 한국을 둘러싼 국제환경이 좋아지기를 누구나 바란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국제환경은 더욱더 불투명해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의 국제환경이 어려워지는 이유는 미·중 강대국 갈등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구조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한국으로서는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우선 미·중의 하이테크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미국의 압력이 더욱더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하이테크 기술을 훔친다고 보고 이를 근원적으로 차단하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8년 여름 이후 미국은 자국 기술이 25% 이상 포함된 제품을 화웨이에 팔기 위해서는 상무부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2019년 5월에는 안전상의 이유로 중국 화웨이 등을 블랙리스트(엔티티 리스트: EL) 명단에 올렸다. 최근 미국은 영국 등 해외 동맹국들에는 차세대 무선 기술인 화웨이의 5G 통신용 네트워크 장비 제공을 차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도 중국과 어디까지 하이테크 기술을 공유할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미국은 중국 하이테크 제품의 사용뿐만 아니라 중국에 하이테크 기술을 유출하는 것도 저지하려고 한다. 게다가 앞으로 미국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 범위를 확대하려 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 미칠 영향은 심각하다. 결국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연관되어 있는 공급망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됐다.

둘째,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미국은 안보에서도 한국이 역할을 증가시킬 것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조야에서는 ‘AI, 우주, 사이버, 해상 등에서 중국이 군사적 능력을 급격히 증대시켜 미국의 군사적인 우위가 약화되었다’는 위기감이 확대됐다. 이를 반영하듯 2017년 미국의 국가안전보장전략에서도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향후 미·중 간 전략 경쟁은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 대 중국의 일대일로 간 대결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인도-태평양전략의 핵심은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 안보, 거버넌스에서 새로운 전략 틀을 마련한 것이다. 인도-태평양전략의 견제 대상이 중국이라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2019년 샹그릴라 안보대화에서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인도-태평양은 미국의 최우선 전장”이라면서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이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제 미국의 동맹국들이 방위비 분담이라는 금전적 기여 외에도 임무와 책임의 분담까지 짊어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셋째, 미·중 대립은 한국의 전략적 ‘포지셔닝’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겨주었다.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거나 미·중 모두에 협력해야 한다는 논리는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중국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주변국에 ‘줄세우기’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작년 왕이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한국 방문에서 중국은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한국에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편에서는 중국은 사드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밀리면서 한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미국으로부터 한국을 분리시키는 것이 중국의 장기적인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는 중국은 한국에 대한 유인책보다는 중국 편에 서기를 노골적으로 강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미·중 대립 속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적 ‘옵션’이 마땅치 않다는 데 있다. 한국이 미·중 패권싸움의 대리 경쟁에 빠질 위험성마저 있다. 따라서 한국은 미·중 대립의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라도 국제적 규범과 룰의 확립, 그리고 국제사회의 공동 가치를 지향하는 외교를 추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과 함께하는 국제사회의 친구를 확대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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