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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캠페인] 아이들에게 심은 ‘교육 불씨’… 온 공동체에 희망의 불 지펴

룬지초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4일 새로 지급받은 교복을 입고 윤학희 천안성결교회 목사와 함께 교정에서 활짝 웃고 있다.


룬지초등학교 벽면에 아이들이 정성껏 그린 그림 앞에 선 강인식 기대봉사단, 윤학희 목사, 김미숙 기대봉사단, 고후남 기아대책 부문장(왼쪽부터).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온 마을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검은 대륙의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한국교회가 교육 후원과 영혼 성장을 감당하고 있다. 이들이 변화하면서 가정과 마을, 지역의 꿈도 덩달아 커가고 있다. 국제교육파트너십의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들이 1년 더 공부할 때마다 GDP는 0.37%씩 증대되며, 개인소득은 10% 증가한다고 한다. 교육선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탄자니아 음베야 지역의 룬지초등학교를 지난 4일 찾았다. 강인식 김미숙 기대봉사단이 기아대책 아동개발사업(CDP)을 통해 지역 아동들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떡과 복음으로 돌보는 곳이다. 학교는 축제날처럼 부산하고 들떠있었다. 기아대책과 결연된 학생들에게 새 교복을 나눠주는 날이었다. 교실마다 가득한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일제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학교 뒤로 해발 2826m의 음베야산이 운무에 싸인 신비로운 모습으로 손님을 반겼다.

멀고먼 여정을 소화하며 학교를 방문한 윤학희 천안성결교회 목사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새 교복과 간식을 나눠줬다. 비가 흩뿌리는 중에도 아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더러워진 헌 옷을 새 교복으로 갈아입고 운동장에 모였다.

윤 목사는 아이들에게 꿈을 이야기했다. “꿈을 이루는 비결입니다. 첫째, 꿈을 가지세요. 둘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세요. 셋째, 꿈을 이루기 위해 전능하신 하나님께 기도하세요.” 윤 목사의 기도와 당부의 말씀에 아이들은 우렁차게 교가를 부르며 응답했다.

5학년 니헤미아 왈링고(14)는 “학교에서 교복과 학용품을 나눠줘서 너무 좋다.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다.

음베야는 해발 1500~1700m의 고원지대로 수도인 도도마에서 남서쪽으로 400km 떨어진 곳에 있다. 룬지 지역은 전기도 공급되지 않는 변두리 산속 마을이다. 마을 아이들 4명 중 1명은 에이즈나 말라리아로 부모를 잃고 조부모나 고모, 삼촌 집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

10대 중반이면 부모를 따라 농사일을 하거나 결혼하여 엄마가 되겠다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꿈이 생겼다. 룬지에 초등학교가 문을 열면서다. 공부할 형편이 안 되던 아이들에게 룬지초등학교는 희망공장이 됐다. 아이들뿐만이 아니었다. 학교에 다니며 아이들이 달라지자 학부모들도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교육에 온 마을이 발 벗고 나서게 됐다.

이튿날 방문한 말로웨학교 교감은 학교가 아이들을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키지치 동네의 이장 프레디가 꼭 할 말이 있다고 했다. 그는 “어려운 주민들 건강과 생활을 챙겨줘서 고맙다.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오는 성경책이 가족에게도 좋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13세 쌍둥이 아들 둘을 룬지초등학교에 보내는 베로니카 음와멘데(48)씨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굉장히 즐거워한다. 엄마로서 이게 가장 기쁘다”라며 마을 학부모들 모두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진학을 원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젠 경제적으로 아무리 힘들어도 아이들이 가고자 하는 데까지 지원하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쌍둥이의 형과 누나는 일찍 직업 전선에 나섰다.

이들의 교육은 학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인근 룬지교회는 주민들 신앙생활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정서적 성장도 돕고 있다. 룬지교회는 음베야 CDP 사역의 출발과 룬지초등학교의 모태 역할을 했다. 2002년 개척한 교회는 현재 어른 86명, 청소년 113명이 출석하고 있다. 대부분 아이들이 먼저 교회에 나오고 영적 변화를 경험한 부모들이 뒤따라 나온다.

존 음발라세 목사는 “학교를 세워주고 교복 학용품을 제공해 감사하다”며 “주민들 영성을 높이는 사역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 년 전 확장 공사를 시작한 교회는 기존교회 바깥 쪽으로 골조가 한창 올라가고 있었다. 현지의 열악한 사정을 경청한 윤 목사는 “한국 성도들과 함께 교회 건축을 기도해보자”고 희망을 심었다.

룬지초등학교는 유치부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432명이 다니는데, 6명의 교사가 이들을 맡아 가르치고 있다. 탄자니아는 초등학교를 졸업하려면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올해 4학년은 모두 합격하고, 6학년 35명은 모두 졸업자격시험에 합격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 기대봉사단은 이 같은 합격률이 일반 공립학교보다 현저하게 높다고 했다.

강 김 기대봉사단은 이 지역에서 특히 영성을 중심으로 사역을 하고 있다. 음베야 현지 목회자 대상으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아이들에게는 성경을 보급하며 영적으로 양육하고 있다.

여전히 숙제는 남았다. 룬지초등학교에 나오는 432명 중 결연된 298명은 교복을 지급받았지만 나머지 아이들은 교복을 받지 못했다. 동행한 고후남 기아대책 부문장은 “교복을 못 받은 아이들을 보면서 죄인 된 기분이었다”며 “그 아이들의 손도 놓고 싶지 않다. 속히 후원자가 연결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꿈을 꾸고 미래를 그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음베야(탄자니아)=글·사진 김태희 기자 t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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