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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해먹는 죽맛’ 살균시간 단축에서 조리 비법 찾았다



자체 도정 시스템을 갖춘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서 매일 55~57t의 죽을 생산하고 있다. 부산공장 전경. CJ제일제당 제공


비비고죽 대표 제품을 그릇에 옮겨담은 모습. CJ제일제당 제공




경기도 수원시 CJ블로썸파크에서 쌀의 낱알을 스캐닝해 분석하는 설비로 쌀 품질을 모니터링하는 비비고 죽 연구원들. CJ제일제당 제공




죽을 만드는 공장을 막연하게 떠올려보자. 커다란 가마솥, 거품을 터뜨리며 뭉근하게 끓고 있는 죽, 죽이 눌어붙지 않게 저어주는 커다란 주걱 정도가 연상된다. 죽을 만든다는 공장을 방문하기 전 다듬어지지 않은 이미지는 이랬다. 하루 55~57t, 약 14만~15만개의 ‘비비고 죽’을 생산하는 CJ제일제당 부산공장에서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성글은 상상보다 훨씬 정교하고 기계화된 시설에서 까다롭고 섬세하게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죽이 공장에서 어떻게 대량생산되는지 궁금한 이들을 위해 ‘파우치 죽’으로 국내 상품죽 시장의 지각변동을 이끌고 있는 CJ제일제당 비비고 죽 공장을 지난 10일 찾았다. CJ제일제당이 죽 공장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이 공장지대에는 쌀 도정 공장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계약 농가에서 현미를 받아오면 먼저 쌀 도정 공장에서 제품에 가장 알맞은 분도를 찾아내 ‘맞춤형’ 도정을 하고, 도정된 쌀이 죽 공장으로 보내진다.

죽 공장에 들어가려면 입장 전부터 이물질을 막기 위한 번거로운 절차를 수차례 거쳐야 한다.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게 머리망, 머리밴드, 눈 코 입만 남겨두고 가려지는 두건과 마스크로 4중 방어를 한다. 점프수트 타입의 방진복을 입고, 목이 긴 장화를 신고, 수시로 에어 샤워를 한다. 만에 하나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에 대비해 철저하게 관리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입구에는 쌀을 씻는 기계와 쌀을 불리는 장치가 별도로 마련돼 있다. 높다란 기계에서 쌀을 씻고, 씻은 쌀을 내려 보내 불린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하는 죽도 쌀을 씻어 불리는 필수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이날 공장에서는 단호박죽(파우치 타입)과 전복죽(용기 타입)을 만들고 있었다. 기계들이 절도 있게 죽의 원물 재료인 호박, 팥, 감자를 규격화된 크기로 썰어내면 직원들이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거나 모양이 곱지 않은 재료는 과감히 걸러냈다. 공장을 안내한 생산팀 전민준씨는 “이곳 조도가 매우 높은데, 조금이라도 흠집이 있는 원물을 선별하기에 적합한 조도를 맞춰 놨다”고 설명했다.

이미 깨끗하게 다듬어져 온 원물을 공장에서 다시 한 번 선별하는 것은 안전성과 맛을 모두 잡으려는 노력이라고 한다. 죽 제작 공정을 설명하기 위해 동행한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깐깐하게 재료를 관리하고 있다. 가장 깨끗한 원물을 규격화된 크기와 모양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균일한 맛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재료가 만들어지면 최대 550㎏까지 볶을 수 있는 커다란 솥에서 직화로 원재료를 볶는다. 정 수석연구원은 “합금 솥이라 잘 눌어붙지 않고 균일하게 열이 전달된다. 엄청 비싼 솥”이라고 했다.

거대한 솥 옆의 커다란 탱크에서는 육수가 끓고 있었다. 끓은 육수는 적정한 온도로 저장을 해뒀다가 파우치나 용기에 바로 적정량을 나눠 담는다. 죽을 만들어본 사람이라면 여기서 의아하다고 여길 것이다. 대체 죽은 언제 끓이느냐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정 수석연구원은 “죽을 끓여서 레토르트 처리(고온고압 살균)를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러면 죽의 맛과 향이 떨어진다. 오랜 연구 끝에 죽을 만들어서 레토르트 처리를 하는 대신 쌀과 육수를 넣어 살균 처리를 하는 동시에 죽을 익히는 방법을 고안해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은 기계화로 이뤄지는데 용기에 잘 불린 쌀이 담기고 고명이 담기고 그 위에 뜨거운 육수가 얹혀지고 밀봉된다. 죽이 되기 전의 상태로 밀봉된 제품이 고온고압 설비로 옮겨진 뒤에야 죽으로 완성된다. 비비고죽 제품이 상온에서 9개월의 유통기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죽을 끓이면서 살균처리까지 하는 이 방법을 찾아낸 데서 가능해졌다. 이후 두 차례 더 X선 검사로 이물질을 점검한 뒤에야 ‘완성품’이 될 수 있었다.

정 수석연구원은 “살균시간을 최대한 단축시켜야 집에서 먹는 죽맛을 낼 수 있다. 이 지점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조절해가며 연구를 해 왔다”며 “유통기한을 9개월로 설정한 것은 유통기한이 지나면 상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기한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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