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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흥호 총장의 성경과 선교] 성경은 우상들에 미혹되지 말라고 지속해 경고

아세아연합신학대 외국인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경기도 양평 캠퍼스 본관에서 성탄트리 점등식 후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정흥호 아신대 총장


서구의 이원론적 개념에서는 ‘영적 전쟁’(spiritual warfare) 혹은 ‘능력 대결’(power encounter)이라고 말하는 현상이 소홀하게 취급돼 왔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사회문화적 흐름 속 영적인 현상에 관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선교계에선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영적인 세계에 큰 관심을 보이며 이것이 침체된 선교현장에 결정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부류가 생겨났다.

특히 다수세계(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 사역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가 아주 민감한 사안으로 자리 잡았다. 복음주의 선교학계에선 ‘배제된 중간영역’(the Excluded Midd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활발하게 논의가 이뤄졌다. 근본적으로 영적 능력을 통해 귀신의 역사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사역의 경험을 통해 일어난 사건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놓고 서로 다른 견해들이 등장했다.

성경은 영적 전쟁을 어떻게 이야기할까. 분명한 사실은 사탄이 하는 일은 속임수와 거짓이라고 계속해서 강조할 뿐만 아니라(살후 2:9~10) 인간이 만들어낸 세상의 어떤 종교적인 생각도 성경에서 말하는 영적 능력과 같지 않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마 24:24)

성경은 인간의 종교적 현상이나 그런 것을 믿는 행위, 우상들에게 미혹되지 말라고 경고한다. 우상을 만들고 그것을 섬기는 게 초자연적인 능력에 연결된다는 믿음에 대해 지속적으로 경고한다.

사도 바울도 고린도 교인들에게 우상 숭배하던 자들이 회심한 후 초자연적인 존재와 그 능력에 대한 것을 지나치게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그들을 “믿음이 약한 자”(고전 8)라 불렀다. 바울은 우상에게 드려진 물체, 심지어 그것을 먹었다 해도 어떤 위험스러운 영향이 전이된다는 것을 부정하고 있다. 일부 선교계에서는 영적 능력이 어떤 물리적인 물체에 접촉함으로써 전이된다고 믿으며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을 합리주의자라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이런 생각에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우상이나 영들의 문제나 우상에게 드려진 음식 같은 문화적 신앙에 대한 것들은 일상생활 가운데 일어나는 실재인 것으로 언급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반드시 영적 열매를 거둘 수 있고 교회성장과 연관이 된다고 주장한다면 편협한 해석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문화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를 고려해야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정확한 교리적 이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목회적으로나 선교학적으로 올바른 적용인지도 검토해 봐야 한다.

귀신의 능력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도 단순히 현상적인 것에 치우쳐 해석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논의를 위해 문화적 현상에 대한 인류학적 이해와 신학적 이해를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서구에서도 영적인 실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선교현장에서도 실제적인 현실로 다가온 이상, 관심을 갖고 대처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우리는 영적 전쟁의 문제를 서구적 세계관으로만 해결해 보려는 축소주의(reductionism)도 경계해야 한다. 지나치게 현상에 치우쳐 정령 신앙적 혼합주의(syncretism)로 빠지게 되는 위험성에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귀신들림의 문제나 ‘지역의 영’에 관한 문제도 이것이냐 저것이냐의 이원론적 개념으로 단정할 게 아니라 얼마든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면, 귀신들림의 문제도 담대하게 선포함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때는 상담·심리적인 문제로 접근해 해결책을 찾을 수도 있다. 선교사이든 목회자이든 상담에 임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지식을 갖고 피상담자의 상황을 고려해 대처할 필요가 있다. 주변의 여러 상황을 배제한 채, 획일적인 대처방안을 고집한다면 이 또한 축소주의에 빠지게 된다.

어떤 현상이든지 나름대로 성경을 이야기하며 적용해 보려는 데 있어 고려해야 할 해석학적 문제들이 있다. 첫째, 성경을 해석하고 삶에 적용하는 데 있어 경험을 어떤 위치에 두고 설명할 것인가. 둘째, 성경에서 명확하게 다루고 있지 않은 경험적인 자료를 어떻게, 어느 정도 수용할 것인가. 셋째, 성경을 해석하고 경험을 분석하는 데 있어 어떻게 서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넷째, 성경에서 나타난 아주 오래된 현상과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관계성을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다섯째, 영적인 세계를 이해하는 데 있어 과학과 이성에 바탕을 둔 모더니즘적 세계관으로 어떻게 분별력을 갖고 다루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여섯째, 하나님께서 성경 외적인 경험을 통해 영적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는가, 그렇지 않은가.

여기에는 접근방법에 따라 같은 사건을 두고도 해석이 달라진다. 어떤 세계관을 갖고 접근하느냐에 따라 결과를 놓고 각기 다른 해석을 내리게 될 것이다.

정리=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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