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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권운동가 마쓰다 도키코를 아시나요





저 사진을 보자. 백발이 성성한 한 할머니가 오른손에는 지팡이를, 왼손으로는 마이크 스탠드를 잡고서는 찡그린 얼굴로 열변을 토하고 있다. 할머니는 20세기 일본 인권운동의 상징과도 같았던 마쓰다 도키코. 사진은 1997년 5월에 촬영한 것으로, 당시 할머니의 나이는 92세였다. 그는 터널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가 폐가 망가진 노동자들을 위해 열린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할머니는 5년 뒤인 2002년엔 일본 나가사키에 세워진 진폐(塵肺) 근절 기념비 ‘진폐 없이 21세기’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진폐가 없는 21세기를 향한 투쟁은 인간 노동자의 존엄을 걸고 지금 시작되었다.”

마쓰다는 1905년에 태어나 2004년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신간 ‘마쓰다 도키코’는 그의 다사다난했던 삶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사진집이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스무 살에 도쿄로 상경했고, 이후엔 노동 운동에 뛰어들었으며 틈틈이 노동자를 위한 시와 소설을 발표했다.

특히 일제강점기 조선인에 대한 차별에 반대하고, 강제징용 피해 사례를 세상에 알리는 데 앞장섰다. 그의 이름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의 하나오카(花岡) 광산으로 강제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11명이 생매장당한 사건의 진상을 알린 ‘하나오카 사건 회견문’을 발표하면서 한국에도 알려지게 됐다. 별세하기 2년 전에도 그는 ‘어느 갱도에서’라는 단편소설을 통해 조선인 희생자를 애도했고 일본 전범 기업들을 고발했었다.

책은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단체인 ‘마쓰다도키코회’에서 만들었다. 책을 읽으면 일평생 정의와 평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한 인간의 생애를 마주하게 된다. 사진집이지만 그녀의 삶을 일별할 수 있는 짤막한 글과 고인이 남긴 메모도 곳곳에 실려 있다. 그는 백수(白壽) 기념 모임까지 가진 뒤 급성심부전증으로 숨을 거뒀다. 세상을 등지던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그는 “아아, 행복하다”고 거듭 말했다고 한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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