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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수 칼럼] 김진표 총리 불가론에 대한 몇 가지 반박



민주노총 반대로 배제하면 한 줌의 인재풀만 남을 것
지지층 아닌 중도층 보고 인선해야 총선에 긍정적 영향
향후 정책 운용 실용적이고 유연하게 할 것이란 신호 줘야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노총 등 일부 진보 세력의 반대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총리로 기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다른 이유도 아니고 민주노총이 반대하면 총리 인사도 영향받는 세상이 됐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 문 대통령이 만일 그런 선택을 한다면 최악의 인사 사례로 꼽힐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민주노총 반대로 김 의원 카드를 접을 경우 문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갇혀 옴짝달싹도 못 한다는 점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조국 사태 때 진영 싸움을 그만큼 했으면 됐지, 아직도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것인가. 더구나 김 의원은 노무현정부때 경제부총리와 교육부총리를 지냈고 김대중정부 때는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4선 의원이다. 두 진보정부에서 개혁성에 대해 이미 검증이 끝난 사람이란 의미다. 이런 그마저 배제한다고? 그것도 반개혁적이라는 이유로. 민주노총 같은 ‘개혁세력’만 남는, 그야말로 한 줌도 안 되는 인재풀만 남길 작정이 아니라면 그런 선택을 하면 안 된다. 반대로 김 의원을 기용한다면 일부 극렬 지지층은 불만스러워 할지 몰라도 중간층은 긍정적인 평가를 할 것이다. 내년 총선은 중도층이 승패를 가를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지층은 불만이 있어도 결코 한국당으로 가지 않는다.

둘째, 야당의 반발이 크다. 자유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김 의원이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당 대표까지 지낸 그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한국당 분위기도 비슷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시절 대연정을 위해 야당에 총리 추천권을 주는 방안까지 검토한 적이 있다. 김 의원을 기용할 경우 야당 추천은 아니지만 야당이 환영하거나 반대하지 않는 총리를 임명하는 셈이 된다. 총선을 몇 개월 앞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는 여야 구도에서 야당 반대를 최소화하면서 총리를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가 있다.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는 서로 상대를 척결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 파트너다. 진보 진영 석학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국 사태로 인한 광화문과 서초동의 상반된 집회를 민주주의 위기의 상징적 장면으로 꼽았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손잡은 DJP 연합을 높이 평가했다. 민주화 세력과 군사독재 세력이 서로 손을 잡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라는 얘기다.

셋째, 민주노총 반대로 김 의원을 배제하면 시장에 나쁜 신호를 준다. 임기 후반기에는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기존 정책 도그마에서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경제 운용을 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책상머리 이론으로 정책 실험을 하다 시행착오를 겪은 사실을 교훈 삼아야 한다. 김 의원은 재정경제부 세제실장과 차관을 거치는 등 오랜 공직 생활을 통해 정책 능력을 키워왔다. 정통 경제관료로서 다양한 경험과 추진력, 소통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런 국정 경험은 임기 후반기 공직 사회의 복지부동을 최소화하면서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원내대표 등을 거친 다선 중진 의원으로서 국회와의 관계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우선 김 의원이 동성애 반대를 주장했다고 해서 반개혁적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관해서다. 이 주장이 얼마나 몰이성적인지는 간단한 등식으로 증명된다. ‘동성애 반대=반개혁’이면 ‘동성애 찬성=개혁’이란 말인가. 나는 이 대목에서 마치 조국 사태 당시의 ‘검찰 개혁=조국 수호’ 등식을 보는 것과 같은 혼란을 느낀다. 우리 사회에서는 개혁적이면서도 얼마든지 동성애를 반대할 수 있다. 검찰 개혁에 찬성하지만 조국은 반대하듯이.

일부는 김 의원이 종교세 논란 당시 과세 유예를 주장했던 것을 문제 삼기도 한다. 종교세 과세는 찬성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는 정책적 선택의 문제일 뿐 개혁과 반개혁,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참고로 국민일보는 당시 사설 등을 통해 종교세 과세에 찬성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기독교 장로인 김 의원이 종교적 편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정통 기독교 신앙인데, 신앙이 깊다는 이유로 총리를 못 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종교 차별이다. 불법과 죄악이 판치는 세상에서 신앙이 깊은 것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다. 신앙이 깊은 것을 편향으로 낙인 찍는다면 각 분야의 전문가는 모두 편향이라는 얘기가 된다. 법조인 출신은 법률 편향, 교수 출신은 학문 편향 등등.

민주노총은 김 의원이 대기업 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대기업 노조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자성론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대차 노조위원장이 자기들만 잘 먹고 잘사는 투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반대를 의식할 게 아니라 차라리 민주노총과 반대로 가야 한다. 이번 총리 인선은 향후 국정 운영의 방향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논설위원 js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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