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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의 흰 산, 킬리만자로의 뿌리칠 수 없는 유혹

비가 자주 내리는 킬리만자로산엔 이끼류와 덩굴이 곳곳에 눈에 띈다. 마치 정글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이다. 탄자니아 관광청 제공


동아프리카 최대 노예시장이 있었던 잔지바르엔 그때를 기억하는 조형물들이 역사관에 전시돼있다(위 사진). 프레디머큐리의 생가는 지금 호텔이 됐다(아래). 탄자니아 관광청 제공


세렝게티 남서부의 응고롱고로는 화산 폭발로 생긴 세계 최대의 분화구다. 여의도 면적의 31배쯤이다. 세렝게티를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이곳은 분화구 바닥에서 600m 높은 곳에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올라가도 한눈에 다 담을 수 없다. 그만큼 광활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규모에 입이 딱 벌어진다. 사계절 마르지 않는 습지와 우거진 수풀이 끝이 없다. 악어를 제외한 사자 얼룩말 등 대략 3만 마리의 동물이 분포돼 있으며 마사이족들이 부락을 이루며 살고 있다.

세렝게티에서는 보지 못한 코뿔소가 목격됐다. 코뿔소는 응고롱고로에 4마리 밖에 없는 희귀보호동물이다. 수백m 행렬을 이어가는 물소떼들은 장관이었다. 이곳을 제대로 보려면 사파리 차량을 타고 전망대 아래 초지로 내려가야 한다. 때마침 분화구를 감싼 능선에는 띠 같은 구름이 걸려 있어 신비함을 더했다. 세렝게티가 동물의 왕국이라면 응고롱고로는 동물과 사람이 공존하는 지역이다. 마사이족들은 이곳에서 동물과 함께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소의 턱 밑에 단 방울인 워낭에서 나는 소리라는 뜻의 응고롱고로에서 먹은 야외뷔페는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주메뉴는 볶음밥에 콩 요리를 곁들인 것으로, 식사하는 바로 옆에는 펠리컨과 비슷하게 생긴 큰 새가 천연덕스럽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연과의 합일이었다.

탄자니아까지 가서 킬리만자로를 가보지 않을 수 있겠나. ‘검은 대륙의 흰 산’을 뜻하는 킬리만자로는 해발 5895m. 아프리카 최고봉이다. 모두 7개의 등산 코스가 있는데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3~5일짜리 일정을 택해야 한다. 고산병에 대한 적응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등정이 아닌 트레킹 코스도 다양하다. 나는 일정이 빡빡해 왕복 5시간의 짧은 트레킹 코스를 맛봤다. 해발 1850m에 있는 높이 40m의 마랑구(Marangu) 폭포가 내리쏟는 물줄기가 무척 시원했다. 트레킹 출발점이 고지대여서 폭포까지 가는 데는 불과 1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운이 좋아야 만날 수 있다는 블루몽키를 산행 중에 만났다. 일행이 묵었던 킬리만자로의 남쪽 고지대 모시(Moshi)지역의 스프링랜드 호텔에는 10여명의 한국인들이 있었다. 킬리만자로를 찾은 등산객이었다.

산 입구 마랑구 마을의 유기농 커피농장 체험도 괜찮은 경험이었다. 농장주 70대 ‘바부’ 할아버지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커피 추출의 전 과정을 보여줬다. 체험 경비는 1인당 10달러였다.

짧은 일정에 여러 곳을 둘러보는 주마간산 격의 여정이었지만 잔지바르는 가보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자니아 동쪽 인도양에 있는 작은 섬인 잔지바르는 주민의 대다수가 무슬림이다. 1964년 잔지바르 혁명 이후 탄자니아의 자치령이 됐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스스로를 독립된 지역으로 여기는 묘한 기류를 느낄 수 있다.

잔지바르 관광코스는 서양인들이 주로 휴양지로 많이 찾는 북쪽 및 동쪽의 해변과 도심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스톤타운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해변엔 세계적 체인의 유명 호텔과 리조트들이 즐비하다. 하룻밤 숙박료가 400~500달러에 달하는 곳이 적지 않다. 특히 휴가철에는 물가가 제법 비싸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잔지바르는 ‘퀸’의 멤버 프레디 머큐리 고향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생가인 ‘머큐리 하우스’는 아랍풍 석조건물이 빼곡한 스톤타운의 한 모퉁이에 있다. 팬들의 기대와는 달리 낡고 허름한 3층짜리 석조 건물인 생가는 2002년부터 호텔로 사용되고 있다. 실내의 계단 옆에 걸린 프레디의 사진 몇 장과 명패가 세계적 가수가 태어나 어릴 때 잠시 살았던 곳임을 증명했다. 세계인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유명 가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명망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히려 홀대받는 느낌이 강했다. 무슬림이 주류인 그곳에서 그가 조로아스터교를 믿는다는 종교적 이유 때문이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잔지바르 관광에는 향신료 농장 방문이 있다. 정향(clove), 후추, 계피, 강황, 생강, 레몬그라스 등의 나무와 풀이 자연 상태로 자라고 있는 곳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고 향신료 농장 체험 후 10달러 내외의 향신료를 구입하면 된다.

관광객들이 꼭 들리는 곳이 노예무역 역사관이다. 잔지바르는 13~14세기 상아와 노예무역의 중심지였다. 한창때는 한 달에 3000~4000여 명이 잔지바르 노예시장을 통해 거래됐다. 1873년 금지됐지만 동부아프리카에서 마지막까지 노예교역이 이뤄졌던 곳이다. 역사관 건물 내부에는 노예시장 역사의 연표가 당시 사진과 함께 벽면에 부착돼 있다. 노예들을 가둬둔 감옥과 거래를 위해 상인들 앞에 묶인 노예들을 진열해놓은 공간들이 당시의 비인간적인 상황을 드러냈다.

스톤타운은 걸어 다녀도 좋을 만큼 볼거리 등이 한 곳에 밀집돼 있다. 이슬람풍의 건물들 사이로 호텔, 식당, 기념품 가게 등이 빼곡하게 몰려 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하루 이틀 둘러보면 탄자니아 속의 또 다른 탄자니아를 경험할 수 있다. 본토에서 자연을 맛봤다면 잔지바르에서는 이국적인 아프리카를 느낄 수 있다. 모리셔스와 함께 인도양의 보석으로 불리는 잔지바르는 신혼여행 코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잔지바르(탄자니아)=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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