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문화라] 각자, 혹은 다르게



큰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의 일이다. 미술 시간에 우유팩으로 가구 만들기를 한다고 우유팩 10여개를 준비해 오라고 한 적이 있었다. 우유를 먹은 후 그대로 씻어 보내기만 했는데 다음 주에 참관수업으로 학교에 가서 교실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을 보니 대부분 뒤처리가 깔끔하게 되어 있었다. 입구를 잘라서 본드로 붙여 기본 모양을 만들어서 보낸 분도 많았다. 아이의 거칠고 비뚤어진 의자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대학에서 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글을 쓰거나 발표를 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해 왔다. 팀 과제를 내주면 인터넷에서 조사한 정보를 모아 편집해 와서 발표하기도 한다. 이를 통합하거나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이 부족해서 아쉬울 때가 있었다. 과제에 다른 글에 있는 문장을 가져다 쓰는 경우에는 출처를 밝혀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그럴 때면 자신의 생각도 이와 같은데 꼭 그럴 필요가 있나요 라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타인의 의견과 자신의 생각을 구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비판적으로 글을 읽는 태도가 내재화되어야 한다.

어느 시점부터 자신만의 의견을 내세우지 않고 주어진 정보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하나의 답과 한 가지의 과정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설령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라도 답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다양한 방법을 알려면 실패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나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실패하지 않고 한 번에 정답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보다 스스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려면 나만의 생각을 가져야 한다. 자기만의 생각을 가지려면 남과 다르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과 다른 것을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왔다. ‘다름’을 ‘틀린’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일단 여기에서부터 자유로워지면 어떨까. 다르게 볼 수 있는 능력을 인정해주고 이를 격려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문화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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