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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총회 풍경을 바꾸자



청바지에 하얀 티셔츠를 입은 10~20대 청년, 밝은 전통의상을 입고 활보하는 30~40대 여성, 노타이 캐주얼 차림으로 이곳저곳 어슬렁거리는 50대 남성. 2013년 부산에서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 때 만난 전 세계 교회 대표들 모습이 요즘 부쩍 생각난다.

대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젊은 외국인 청년들이 총회장인 부산 벡스코에 가득했다. 자원봉사나 특별행사를 위해 온 사람들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자기네 나라 교회와 교단의 공식대표라고 했다.

깜짝 놀랐다. 교회의 대표라면 당연히 목사님이나 장로님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이 지긋한 양복 차림 남성일 거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당시 한국교회 대표단이 그랬다. 장상 전 총리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60대 안팎의 남성 목사였다. 한국교회 대표단에는 장로도 적었지만 여성은 더 찾기 어려웠으며 30대 아래의 젊은이는 아예 없었다. 40대 신학자나 목회자도 행사를 보조하는 역할을 했지, 감히 대표단에 낄 엄두도 못 냈다.

다른 나라의 교회는 안 그랬다. 절반쯤은 40대 초반인 나보다 더 젊었고, 여성이 많았으며, 학자나 평신도도 있었다. 옷차림도 단정한 정장 차림이 많았지만 가벼운 전통의상이나 캐주얼 차림도 흔했다. 그렇다고 행동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아침 경건회에 열심히 참석했고, 부산 곳곳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에도 많은 질문을 던졌다. 유럽 교회에서 온 대표들은 아시아와 남반구 교회의 상황에 귀를 기울였고, 교회의 미래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하나님이 가장 강력하게 역사하는 곳은 지구의 어느 지역인지, 진지하게 탐구하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당시 외국 교회의 대표들이 한국교회 대표단에게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왜 한국교회 대표단에는 젊은 사람이나 여성이 없나요?”

WCC 총회에서 만난 외국 교회 대표들이 다시 생각난 이유는 이번 가을에 취재했던 한국교회 각 교단의 총회 풍경 때문이다. 총회장에는 교단에 따라 수백 명에서 1000명이 넘는 대표들이 앉아 있었다. 거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양복 차림의 남성이었다. 매년 총회장에서 만나는 장로님들도 많았다. 마이크 앞에 나와 발언을 하거나 단상 위에서 회의 진행에 관여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99%가 장년의, 솔직히 말하면 노년의 남성이었다.

물론 경륜이 중요하다. 경험과 식견을 가진 분들이 교회에 필요하다. 그런 분들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렇지만 젊은이들과 여성이 아예 보이지도 않고 들러리 역할만 하는 교단 총회의 풍경은 슬펐다. ‘몰락해가는 늙은 교회’의 샘플로 얘기하는 유럽의 오래된 교회들이 떠올랐다.

장로교의 총회에는 장로와 목사만 참석할 수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과 고신의 경우 40세가 넘어야 장로가 될 수 있다. 합동은 35세 이상이다. 고신과 합동 교단에선 여성이 장로가 되는 것이 아예 불가능하다. 젊은이와 여성은 총회에 참여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철저히 막혀 있다. 정치권에선 선거 때마다 물갈이 얘기가 나오고 젊은이나 여성 대표를 더 뽑으려 하지만 교회에선 그런 적이 없다.

교회에 노인만 남는다고 다들 걱정한다. 교회학교가 사라지고 청년이 교회에 오지 않는다고 한숨 쉰다. 교회의 중요 사항을 의논하는 총회를 보니 그런 걱정이 더 커졌다. 총대들이 가장 열심히 토론한 안건은 은퇴 후 연금을 받을 수 있을지, 목사의 정년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그 시간에 여성들은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교회를 청소하고 있었다. 청년과 청소년들은 가끔 총회 참석자들이 지겨워하지 않도록 특송을 하거나 문 앞에서 인사하는 일을 맡았다.

이런 데 어떻게 젊은이들이 교회에 오길 바라고 교회가 젊어지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청년 대표와 여성 대표가 총회에 참석해 발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헌법상 의결권까지는 줄 수 없더라도 그들이 직접 결정권을 가지고 일하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총대도 물갈이해야 한다. 2, 3년 총회에 참석한 총대는 그만큼 쉬도록 하고 새로운 인물이 총회에 참석하도록 해서 참신한 얼굴로 바꿔야 한다.

김지방 미션영상부 차장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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