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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한가운데 살았던 기독인들 신앙의 꽃 피웠다

이슬람의 상징인 초승달과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가 같이 있는 건물. 픽사베이




상당수 기독교 신자들은 중동 국가에는 오로지 무슬림만 산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쓰는 아랍어도 꾸란의 언어로만 여긴다. 정말 중동에서 기독교인은 한 명도 찾을 수 없는 걸까. 아랍어로 쓰인 성경이나 기독교 문헌은 없는가.

책은 이런 현대 기독교인의 오류를 일시에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30여년을 셈어와 이집트어 교수로 활동한 저자는 이슬람 세계에 고향을 둔 기독교인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지적 문화와 교파적 정체성까지도 이슬람문화에 속한 아랍어의 관용구를 통해 표현해왔는지를 밝힌다.

저자는 이슬람 고전 문명의 전성기라 할 수 있는 8세기 중엽부터 13세기 중엽까지 아랍어 사용 그리스도인들이 이슬람 문화에 주요한 이바지를 했을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 아랍어 철학과 신학에 관한 문헌을 저술했다고 강조한다. 당시 그리스도인들은 그리스어 시리아어 콥트어로 기록된 교회 전승을 아랍어로 번역했고 당대에 학자와 교회지도자까지 배출했다고 밝힌다.

7세기 중엽부터 11세기까지는 가히 이슬람의 세상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전 세계 기독교인의 50%가 무슬림 지배 아래 놓여있었다. 21세기 교회와 신자들은 이렇게 이슬람 지배하에 살던 유대인과 기독교인들이 핍박만 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 정반대의 사실이 나온다.

저자는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시대로부터 11세기 말 십자군 원정기, 13세기 몽골족 침략기를 지나서까지 이슬람 세계 안에 살면서 시리아어와 아랍어로 말을 하고 글을 썼던 그리스도인의 문화적이며 지적 성취를 분명하게 설명한다. 초기 이슬람 정복을 바라보던 기독교인들의 첫 대응을 살펴보는 것을 시작으로 아랍어 기독교 신학의 출현, 아랍어 기독교 신학의 형태, 바그다드와 그 외 지역의 기독교 철학, 당시 동방 기독교가 가졌던 자기 인식, 당대 이슬람 세계 속에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이 품었던 이상 등을 차례차례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역사와 문헌 탐구를 통해 역설적으로 무슬림은 더 이상 우리와 동떨어진 ‘저쪽’에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이웃이자 친구이며 동료로서 매일 접촉하는 사람들임을 상기시킨다. 책의 끝엔 그동안 불가능해 보였던 과제, 곧 이슬람교 기독교 유대교 간 빚어졌던 신학적 충돌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오늘날 유대인과 기독교인, 무슬림이 비교신학 연구를 시도하자는 제안도 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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