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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니, 차붐의 전설 그 이상을 쏜다

토트넘 홋스퍼 공격수 손흥민이 23일(한국시간)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16분 추가골(아래쪽 사진)을 넣고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고 있다. 손흥민은 전반 44분 한 골을 추가해 차범근이 보유했던 한국 선수의 유럽 최다 득점인 121골과 타이기록을 달성했다. EPA연합뉴스


2018 러시아월드컵 출정식을 가진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차범근(오른쪽)의 응원을 듣고 있는 손흥민. 뉴시스




‘121골.’ 오직 차범근(66)만 보유했던 한국 선수의 유럽 프로축구 최다 득점 기록이다. 차범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다름슈타트, 프랑크푸르트, 바이엘 레버쿠젠을 거치며 11시즌을 소화하는 동안 이 기록을 수립하고 1989년에 은퇴했다. 은퇴 당시 그의 나이는 36세였다.

차범근의 기록은 30년간 깨지지 않고 한국 축구사의 ‘이정표’처럼 남아 있었다. 그 이후로 2002 한일월드컵 4강 진출을 달성한 한국에서 박지성(38)을 필두로 유럽 진출이 물밀 듯 이뤄졌지만, 차범근의 기록에 도달한 선수는 없었다. 차범근은 그야말로 개척자이자 범접할 수 없는 존재였다.

이제 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이 그 계보를 이어받았다. 손흥민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B조 3차전 세르비아 츠르베나 즈베즈다와의 경기에서 전반 16분과 전반 44분에 연달아 득점해 멀티골을 달성했다.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에 힘입어 5대 0 대승을 거뒀다. 두 번째 골은 손흥민이 유럽에 진출한 지 10시즌 만에 달성한 121호골이다.

손흥민은 차범근보다 9살이나 어린 나이에 한국 선수의 유럽 프로축구 최다 득점 타이기록을 이룬 것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유럽리그에 진출한 차범근과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손흥민의 차이이기도 하다. 이제 손흥민이 넣을 모든 득점은 신기록이 된다. 나이와 체력을 고려하면 향후 약 5년은 전성기에 해당하는 만큼 부상만 없다면 200골은 훌쩍 넘을 전망이다. 전설을 넘어선 새로운 전설이 탄생한 것이다.

손흥민은 18세였던 2010-2011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에서 프로로 데뷔했다. 함부르크에서 세 시즌 동안 20골을 넣은 손흥민의 가능성을 알아본 구단은 차범근의 마지막 소속팀인 레버쿠젠이었다. 손흥민의 기량은 2013년에 옮긴 레버쿠젠에서 만개했다. 함부르크보다 한 시즌을 덜 뛰고도 더 많은 29골을 작성했다.

손흥민은 2015년 8월에 입단한 토트넘에서는 월드클래스로 위상이 격상됐다. 다섯 시즌째를 맞은 토트넘에서 57골 3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핵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리그에서만 빛난 게 아니다. 최고의 클럽이 참여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진가를 보여줬다. 손흥민은 2014년 10월 2일 레버쿠젠 홈구장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 벤피카와의 조별 예선경기에서 1대 0 승리의 결승골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데뷔골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는 그의 경력에서 백미였다. 부동의 원톱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의 잦은 부상 속에서도 손흥민은 사실상 원맨쇼를 펼치며 팀이 창단 137년 만에 처음으로 결승까지 진출하는 역사를 써냈다. 이날까지 20골로 늘어난 손흥민의 챔피언스리그 골러시는 현재진행형이다.

올 시즌 토트넘은 극도의 부진을 보여주고 있지만, 손흥민은 이날까지 시즌 5골을 기록해 유일하게 제몫을 하고 있다. 프랑스풋볼은 이런 손흥민을 토트넘 필드플레이어 중 유일하게 발롱도르 후보 30인으로 지명했다.

손흥민은 과연 몇골까지 넣을 수 있을까. 일단 한국선수로서 전인미답의 경지인 유럽 통산 200골 돌파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30대로 들어서도 10점대 득점이 가능한 추세에 있다. 200골은 무난히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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