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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가 사람의 말을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만약에 네가 사람의 말을 딱 한마디만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고 싶니?”

저자가 반려견 ‘보리’(사진)한테 던지고 싶은 질문이다. 그렇다면 보리의 대답은 무엇일까. 보리의 시점에서 써 내려간 글에서 보리는 이렇게 답한다. “끝까지 한마디도 말하지는 않을 작정”이라고, 하지만 이메일로 짧은 한 줄을 보낼 거라고. 그것은 바로 영어로 키스와 허그(Hug)를 뜻하는 단어 ‘XO’라고. 터무니없는 망상 같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저런 상황을 누구나 상상해봄 직하다. 동물은 인간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니까 말이다.

‘반려견문록’은 카피라이터인 저자가 보리와 동고동락한 세월을 담백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저자가 보리를 처음 입양한 건 2004년 12월. 보리는 태어난 지 1년쯤 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크셔테리어였는데 활발하고 생기가 넘쳤지만 겁이 많고 소심한 새침데기 강아지였다.

저자는 자신을 보리의 ‘엄마’가 아닌 ‘누나’라고 소개한다. 보리는 이름을 불러도 쪼르르 달려오지 않는다.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만 슬쩍 돌려 누나를 바라볼 뿐이다. 주인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이유는 서열 탓이었다. 보리는 주인이 자기보다 서열이 높다고 여기지 않는다. 주인에게 반항하고 고집을 부린다. 고양이의 기질을 타고난 강아지라고나 할까. 저자는 그래서 “이 녀석의 부모 중 한쪽은 강아지가 아니라 고양이일 것”이라고 넘겨짚는다.

특별할 것 없는 책이지만 저자의 필력 덕분인지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지점이 적지 않다. 특히 반려동물을 키우는 독자라면 자주 코끝이 매울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강아지 한 마리로부터 내가 얻을 수 있었던 건 귀여움의 위로라기보다는 차라리 광고 같은 ‘커뮤니케이션’의 정수 쪽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공감과 소통, 끊임없이 내게 말을 걸어주는 존재가 주는 위로. 따지고 보면 카피라이터인 나보다 보리의 커뮤니케이션 의지와 능력이 더 뛰어난 것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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