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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하나님 나라가 온다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 28일 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49개국에 관광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에는 해외가수 최초로 방탄소년단(BTS)이 수도 리야드의 킹파드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공연했다. 국내 인터넷 블로그에는 벌써 사우디 현지 관광 사진과 글이 올라오고 있다. 여성들이 옷으로만 가리면 아바야(팔목부터 발목까지 가리는 검은 가운)를 쓰지 않아도 됐다는 평을 비롯해 거리마다 즐비한 현대식 건물, 대형빌딩 공사장, 화려한 쇼핑몰 등에 대한 감상이 많다.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을 지낸 캐런 엘리엇 하우스가 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책으로만 보던 은둔의 이슬람 왕국을 이제 누구나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우디처럼 빠른 속도로 폐쇄적인 국가에서 개방적인 국가로 변화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이슬람교 발상지로서 엄격한 이슬람 율법과 폐쇄적 관습이 지배해 왔고, 북한보다 가기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이 닫혔던 나라가 열리고 있다. 이런 변화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비전 2030’ 개혁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해 전 세계 국가들이 앞다퉈 사우디에 진출하고 있다. 국교가 없는 이스라엘조차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을 통해 자문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사우디의 신선한 변화를 보면서 10여년 전 한국교회에 휘몰아쳤던 ‘이슬람 경계론’이 떠오른다. 2004년 김선일씨 피살,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겪으며 이슬람은 테러를 양산한다는 충격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각종 이슬람 세미나를 통해 퍼졌다. ‘이슬람이 몰려온다’는 무시무시한 제목의 포럼이 그 절정이었다. 극단주의 수니파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의 천인공노할 만행이 이를 입증하는 듯했다.

물론 이슬람이 테러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악명 높은 과격단체들은 모두 자신들의 폭력 행위의 근거를 이슬람 경전인 코란에서 찾는다. 사우디 역시 당시 세미나에서 거론됐다. 근본주의 이슬람을 전파하고 오일머니로 전 세계를 이슬람 국가로 만들려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이제 수정돼야 할 것 같다. 이슬람 근본주의 분파는 극소수에 불과한 데다 이슬람 세계 자체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와 함께 아라비아반도에 속한 쿠웨이트는 외국인 목사에게 종교비자를 내주고 있고 기독교 부족도 존재한다. 시아파 종주국 이란에서는 수많은 개종자가 나와 세계로 흩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 대학(알아즈하르)이 있는 이집트에서는 순교를 각오한 콥트 기독교인이 인구의 10%를 차지하고 있으며, 중동 전역에 복음을 전파하는 위성방송 SAT-7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카이로 중심부 타흐리르 광장 부근엔 중동 최대 복음주의 교회인 카스르 알 두바라가 있다. 나이지리아에선 이슬람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맹위에도 불구하고 현지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다. 에크와(ECWA·Evangelical Church Winning All)는 국제SIM선교회가 세운 교회로 교인이 1000만명을 넘는다.

미국 남침례회 선교사이자 교회사가인 데이비드 게리슨은 2000년 이후 기독교를 받아들인 무슬림이 전 세계적으로 8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힌 적이 있다(국민일보 2016년 6월 9일자 25면 참조). 하나님은 이렇게 세계 전역에서 맹렬히 일하고 있는데, 한국교회는 무지하거나 무관심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이슬람 세계는 고민이 많다. 수니파와 시아파 사이의 끝없는 갈등을 비롯해 극단주의와 온건주의의 대립, 직업이 없는 청년들과 억압받는 여성들의 불만 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우디의 변화는 이 같은 혼돈을 타개하기 위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슬람 경계론’의 결정적 실수는 ‘이슬람=테러집단’이라는 생각을 일반화한 것이다. 이 일반화의 오류로 한국교회는 선교 대신 경계와 대책으로 사역 방향을 전환해 온 측면이 있다. 이제 실수를 바로잡고 우리의 이웃을 사랑으로 대해야 하지 않을까. 성경은 세상 끝이 이슬람화가 아니라 복음화라고 명백히 밝히고 있다.(마 24:14) 하나님 나라가 몰려온다.

신상목 종교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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