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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생명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절대적 가치



설리의 죽음은 충격적이다. 때론 사회적 상식에 도전하며 깜찍한 도발을 했던 그였기에 정신적으로 강할 것이라 생각했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기에 또 다른 도전에 나서는 것이라고 봤다. 오해였다. 다시 고쳐 생각하지만, 자살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자살하는 사람이 특정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설리의 죽음 이후 많은 걱정이 앞선다. 모방자살, 소위 베르테르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베르테르 효과 개념이 부각된 건 2005년 배우 고 이은주의 죽음 이후다. 그가 죽은 이후 수백 명이 모방자살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가 지닌 분위기가 있었다. 조금은 우울했던 그의 이미지는 그만의 팬층을 만들었다. 그에게 자신을 동일시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결국 그의 죽음은 모방자살로 이어졌다.

설리의 죽음을 뉴스로 접하고 문득 이은주가 생각났다. 설리 역시 특별한 팬층을 갖고 있다. 고정관념에 과감하게 돌을 던진 그는 적지 않은 사람에게 쾌감을 줬고 그로 인해 악플에 시달릴 때는 동정심을 자아냈다. 그의 죽음 후폭풍이 두렵다.

그와 친밀했던 연예인들로 시선을 옮겨볼 수 있다. 비슷한 분위기,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이들이 그와 가까웠던 것 같다. 그들이 SNS에 올린 글들을 보면 감정이 격하게 이입돼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여느 연예인의 죽음과는 다른 상황이 보인다. 아마 그들은 유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이 죽음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자살유가족들은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일반인에 비해 8배 정도 높다.

201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수는 전년 대비 1200명 정도 늘었다. 2011년 이후 자살이 감소하는 상황이었다. 보건복지부는 모방자살을 주요 원인으로 제시했다. 노회찬 의원이나 미투 사건 이후 이어진 연예인들이 죽음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한 사람의 극단적 선택은 그에게서 끝나지 않는다. 남은 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보통 한 사람이 자살하면 6~10명 정도의 유가족을 남긴다고 한다. 직계가족만 생각하지 않고 친구나 가까웠던 사람들까지 생각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난다. 특히 관계를 중요시하는 한국에선 그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질 수 있다.

어떤 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유전병이라 주장한다. 자살이 가정 공동체 안에서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만 보면 자살은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 가족이라면 대개 비슷한 생활환경과 비슷한 기질을 갖고 있다. 가족 모두가 자살에 취약한 상황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한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하면 ‘방아쇠 작용’이 일어난다. 가족의 자살이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가족에게 충격을 주면서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 낸다.

모방자살도 비슷하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을 보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동일시 현상’을 경험한다. 그가 나와 아주 가까운 사람인 것처럼 느끼거나 자기자신과 같다고 여긴다. 그래서 그들의 죽음을 객관화하기 힘들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면 슬퍼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에서 끝날 수 있지만 연약한 사람들은 슬픈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결국 유가족에게 나타나듯 유명인의 죽음이 방아쇠 작용을 일으킨다. 그들은 때로 누군가에게 영웅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완벽했고 훌륭했다. 그런 그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버티고 살아야 할 용기를 잃는다.

유명인이 된다는 것은 그만한 책임도 짊어진다는 약속이다. 어떻게 대가 없는 상급이 있겠는가. 그 누구도 모방자살로 인한 죽음이 이어질 거라 생각 못 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그렇기에 설리의 죽음이 안타까우면서도 원망스럽다.

생명은 하나님이 허락하신 ‘절대적 가치’다. 시대가 혼돈스러우니 우리는 자주 생명을 ‘상대적 가치’로 내려놓는다. 우리 삶의 주권을 하나님에게서 가져오고 말았다. 우리가 가진 것이 무너질 때 모든 것이 포기되는 경험을 한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를 붙잡으시는 주권자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조성돈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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