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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공기저항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자동차의 공기역학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바람에 드라이아이스를 실어 보내면 실제 공기가 어떻게 차를 타고 넘어가는지 시각화해서 볼 수 있다. 현대·기아차 제공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기역학적 디자인’이라는 표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기술 문외한에게는 어렵게만 들리는, 얼핏 듣기엔 비행기에나 어울릴 것 같은 이 말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쉽게 설명하면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구현했다는 말은 공기 저항을 줄여 연비를 높이고 주행안정성을 높였다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움직이는 물체들은 항상 공기와 싸우고 있다. 달리는 자동차 역시 공기의 저항에 맞서고 있다. 저항은 차량의 진행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연비와 움직임에 큰 영향을 준다.

공기 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진다. 예를 들어 시속 80㎞에서 공기 저항이 30㎏이라면 속도가 두 배 빨라진 시속 160㎞에서 공기 저항은 30㎏의 제곱인 90㎏가 되는 것이다. 차량이 시속 100㎞를 넘으면 엔진 출력의 절반 가량을 공기저항으로 잃어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달리는 자동차에 가해지는 공기저항은 공기저항계수와 차량 전면 투영면적(앞에서 봤을 때의 자동차 면적) 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공기저항계수는 공기가 어느 정도 유연하게 흐르는지를 나타내는 값으로, 공기저항계수가 낮으면 공기저항도 적게 받는다. 승용차의 경우 0.25~0.35, 미니밴 0.3~0.35, 스포츠유틸리티(SUV) 0.35~0.4가 양산차 공기저항계수의 평균 수준이다. 같은 차량이라면 속도가 빠를수록 공기저항이 커져 연비에 악영향을 미친다.

자동차들이 유선형 형태인 것은 공기의 저항을 가장 적게 받기 위해서다. 최상의 형태는 비행기의 날개로 공기저항계수가 0.1보다 낮다. 유선형이 아닌 트럭이나 박스카 형태는 공기 저항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는다.

하지만 자동차를 유선형으로만 만들면서 디자인 차별화를 할 수는 없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마다 공기저항을 줄이면서도 브랜드의 개성을 남아낼 수 있는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에 골몰하게 되는 것이다. 제조사 입장에선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난제’인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20일 “공기저항력의 70% 이상이 자동차의 외장 디자인 및 형상에 의해 결정된다”면서 “특히 고속 주행 시 엔진 출력의 많은 부분이 공기저항 극복을 위해 소모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지 않는 디자인은 연비성능을 악화시키고 부수적으로 윈드 노이즈, 주행안정성에 영향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공기역학을 고려해 유연한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며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현대차는 2007년부터 독창적인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연한 역동성)’를 통해 공기역학적인 디자인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적용된 차종은 주행 시 마주할 수밖에 없는 바람을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차량 뒤로 흘려보내 더 빠르게, 더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다.

현대차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이전 세대에 비해 연비는 10% 이상,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0.2초 가량 단축됐다. 이는 엔진효율 향상과 경량화, 주행 모터를 활용한 능동 변속제어(ASC) 기술, 그리고 공기역학적 디자인의 영향이다. 기아차 소형 스포츠유틸리티(SUV) ‘쏘울 부스터’엔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내장형 액티브 에어플랩을 적용했다. 액티브 에어플랩은 자동차 냉각이 불필요한 경우 덮개를 상황에 따라 여닫음으로써 차량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를 차단해 주행 저항을 감소시키고 공기역학 성능을 높여주는 장치다.

이달 초 출시된 ‘더 뉴 메르세데스-AMG GT 4-도어 쿠페’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2초에 불과하다. 차에 적용된 V8 바이터보 엔진은 각 주행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강도를 조정하고 차체에 전달되는 진동을 줄여 공기 저항을 덜 받도록 하는 엔진 마운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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