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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돼버린 교수들… “염치를 아는 대학이 되길”



책에 담긴 표현을 빌리자면, 저자인 김민섭(36)의 전작들은 독자들에게 “보이지 않던 누군가가 보이게 되는 경험”을 선사하곤 했다. ‘309동 1201호’라는 가명으로 펴낸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2015), 대리운전 기사로 일한 이야기가 실린 ‘대리사회’(2016) 같은 작품이 그랬다. 신작인 ‘경계인의 시선’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글은 스터디가 아니라 삶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노동하지 않는 몸, 타인과 관계 맺지 못하는 몸으로 힘 있는 글을 써낼 만한 위인은 못 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경계인의 시선’은 무엇을 다룬 작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의 주제를 하나로 정리하긴 힘들다. 저자의 글은 착취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대학의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다가, 청년 문제를 도마에 올렸다가, 연대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쪽으로 뻗어 나간다. 제목처럼 “경계인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 시스템에 생긴 균열에 주목한 작품이 이번 책이다.

가장 뾰족한 글은 대학 문제를 다룬 ‘대학은 정의로운가’ 챕터를 꼽을 수 있다. 대학과 교수와 조교 사이에 놓인 기우뚱한 관계의 형태를 면밀히 살피는데, 어디서 본 듯하고 누군가 한 듯한 이야기가 많지만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대목도 적지 않다. ‘교수님’을 위해 온갖 궂은일을 도맡는 조교들의 처지를 전하고, “괴물”이 돼버린 교수 사회를 고발한 내용이 대표적이다.

저자는 “(대학이) 적어도 햄버거를 만드는 패스트푸드점이나 거리의 편의점보다는 더 사람을 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의 정의로움을 묻기 이전에, 자기 영역의 정의로움을 먼저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며 “염치를 아는 대한민국의 대학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책을 읽으면 곳곳에 밑줄을 긋게 된다. 가령 대리운전을 하면서 마주한 대한민국 50대 한국 남성의 특징을 정리한 대목이 그렇다. ①칭찬과 걱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②‘노오력’으로 대변되는 자신에 대한 회고담을 늘어놓다가 ③노력하지 않는 지금 세대를 비판하고 ④세태를 규정하면서 ⑤그에 따른 당부의 메시지를 전한 뒤 ⑥가벼운 개그를 곁들여 ⑦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며 말을 끝맺는다. 50대 남성이 아니더라도 당신은 과연 ①~⑦번에서 자유로운가. 저자는 ‘아재들’에게 이렇게 당부한다. “어느 자리에서든 입보다는 귀를 열어주면 좋겠다”고 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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