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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송이 황금빛 ‘태양 꽃’… 내 마음에 방긋

경남 함안군 법수면 강주마을 해바라기꽃 단지가 저녁노을에 물들며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있다. 오는 15일까지 열리는 축제를 즐기고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인생샷’을 남기려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함안군 산인면 모곡리 고려동유적지.


처서가 지나면서 기승을 부리던 더위도 한풀 꺾이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가을이 왔음을 알린다. 때를 맞춰 가을 꽃축제도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그중 올가을엔 경남 함안이 관심이다. 여름·가을꽃의 대명사 해바라기가 황금빛 물결을 이루고 핑크뮬리가 분홍빛 융단을 깔아놓기 때문이다.

함안군 법수면 강주마을은 요즘 하루가 다르게 활짝 피어나는 해바라기꽃을 보려는 여행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난 30일 개막한 해바라기 축제가 오는 15일까지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통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순 열려 8월 중순까지 이어졌으나 무더위를 피해 늦여름에서 초가을 사이에 축제를 진행하기로 시기를 바꿨다. 올해 7회째를 맞는 해바라기 축제는 4만8000여㎡의 밭에서 일반 관상용을 비롯해 다양한 품종의 해바라기꽃 100만 송이를 선보였다.

100여 가구가 농업에 종사하는 평범하고 작은 시골 동네인 강주마을은 주변에 들어선 크고 작은 공장들로 인해 주거 환경이 나빠지고, 날로 쇠락해갔다. 주민들은 마을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던 끝에 농촌 마을이 새롭게 태어난 전국적인 사례를 찾아 벤치마킹해 해바라기 축제라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도입했다.

법수산 자락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마을 뒤편 야트막한 언덕에 해바라기를 심고 정성껏 가꿨다. 마을 담벼락을 벽화로 깨끗하게 단장해 2013년 첫 해바라기 축제를 개최했다. 첫해 1만여명의 관광객은 3회 때 22만명으로 급증하면서 인기 있는 시골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제1회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 국무총리상(경관·환경분야)을 수상한 데 이어 제2회 행복마을만들기 콘테스트에서는 ‘성공한 마을 축제의 전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하는 ‘가을 여행주간’(9월 12~29일)에 ‘취향저격 마을여행단’이 운영된다.

마을 골목길을 따라 해바라기 1단지 꽃밭에 닿으면 초가을의 파란 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노란 물결이 눈앞에 다가선다. 마치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수백만 개의 찬란한 ‘태양’이 반갑게 인사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는 태양의 신 아폴로에게 한눈에 반한 물의 요정 클리티에가 한 자리에서 아폴로를 기다리다 해바라기가 됐다고 한다. 태양을 그리워하다 얼굴마저 태양을 닮아버린 꽃. 한결같은 마음의 상징이다.

강렬한 노란색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해바라기밭에는 ‘인생샷’을 남기려는 연인, 가족들이 곳곳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해바라기밭 사이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면 잠시 쉼을 제공하는 원두막과 솟대, 바람개비, 포토존 등이 조성된 언덕에 닿는다. 끝자락 솔밭에는 ‘염원 리본’을 걸 수 있는 줄이 설치돼 있다. 누군가의 소망이 주렁주렁 걸려 있다.

함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꽃이 또 있다. 700여년 전의 어둠 속에서 살아난 아라(阿羅)홍련이다. 삼국시대쯤 함안 땅에 세워진 성산산성 연못자리에서 발견된 연 씨앗을 발아시킨 붉은 연꽃이다. 2009년 4월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로부터 연 씨앗 10개를 넘겨받은 함안박물관이 두 알의 씨앗을 골라 국립지질자원연구원에 방사성탄소 연대측정을 의뢰한 결과 각각 760년 전, 650년 전의 씨앗으로 나타났다. 박물관은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씨담그기(침종)와 싹 틔우기를 성공해 2010년 7월 6일 첫 꽃을 피웠다. ‘아라’라는 이름은 함안 땅의 옛 이름 ‘아라가야(안야국)’에서 따왔다.

가을철 함안에서 인기 여행지로 떠오르는 곳이 있다. 대산면 서촌리에 조성된 악양생태공원이다. 이제 막 분홍빛을 머금기 시작한 핑크뮬리가 여행객의 발길을 이끈다. 9월 하순부터 11월까지 절정을 이룬다. 면적이 넓고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 군락지와 함께 생태 탐방로가 어우러져 편안한 쉼을 내놓는다.

미국 중서부가 원산지인 핑크뮬리의 우리식 이름은 분홍쥐꼬리새이다. 꽃 이삭이 쥐꼬리를 닮은 풀이란 뜻에서 이름을 붙여졌다. 겉모습이 예쁘지만 생명력은 억척스럽다. 가뭄에 강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쉽게 시들지 않는다.

인근에 악양루가 있다. 조선 말엽 철종 때 지어진 것으로 시원을 풍경을 펼쳐놓는다. 처마 아래로 펼쳐지는 남강의 물길과 강 건너 길게 이어진 악양둑방의 풍광이 훌륭하다. 악양둑방은 몇 년 전까지 꽃으로 이름나 있었다. 둑 양편으로 꽃양귀비 등 꽃들이 식재된 ‘에코싱싱길’은 2.5㎞에 달했다. 하지만 요즘 잡초만 무성하다.

▒ 여행메모
진한 육수에 소고기·선지 ‘한우국밥’
조망·풍광 뛰어난 정자·누각 ‘공사중’


경남 함안의 여행 명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우선 방문하는 곳에 따라 이용하는 고속도로나 나들목이 달라진다. 미리 관광지도를 숙지하고 움직이는 게 좋다. 수도권에서 자동차를 이용해 강주마을로 먼저 간다면 남해고속도로 장지나들목이 가깝다. 교통체증이 없더라도 4시간 이상 걸린다.

함안에는 한때 우시장으로 유명했던 덕분에 국밥이나 해장국을 전문으로 내는 식당이 많다. 함안면 북촌리의 시장에 한우국밥촌이 형성돼 있다. 함안 한우국밥은 한우사골, 양지, 사태 등을 3~4시간 끓인 육수에 두툼한 소고기 사태, 뭉텅뭉텅 썬 선지, 콩나물, 무 등을 넣고 담백하게 끓여낸다. 양파와 풋고추, 잘 익은 김치(깍두기) 등 반찬이 단출하게 나온다. 소불고기와 돼지불고기도 인기다.

함안에 뛰어난 조망과 아름다운 풍경을 갖춘 정자와 누각이 많다. 하지만 무진정, 반구정, 합강정, 악양루 등 대부분이 현재 보수공사 중이다. 건물에 오르지는 못하지만 그 앞에서 보는 풍광은 일품이다. 무기연당도 후손이 살고 있어서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래서 대문이 활짝 열려 있는 고려동유적지가 반갑다.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 이오 선생이 조선 개국 이후 충절을 지키기 위해 터를 잡은 뒤 후손들이 대대로 살아온 곳이다.

함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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