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조국 사랑’은 해피엔딩일까



법무부 장관 부적격 여론에도 버티는 이면에는 문 대통령의 각별한 애정과 신뢰 있어
장관 임명 강행하는 순간부터 ‘임기 3년차 저주’로 불리는 레임덕 시작되는 건 아닐까


이쯤 되면 사과하고 물러날 줄 알았다. 하지만 요지부동이다. 온갖 추문이 제기돼 내려오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더 꾸짖어 달라면서 내려가지 않겠다고 버틴다. 얼굴은 다소 초췌해지고 출근길의 형형색색 텀블러는 사라졌지만 마이웨이 행보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얘기다.

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은 이미 끝났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법무부 장관 부적격.’ 수상한 사모펀드 투자, 딸의 특혜성 장학금 수령과 진학 과정, 일가 소유의 웅동학원 문제 등 근거는 많다. 본인이 그토록 비난해온 ‘보수꼴통 기득권자’의 구린내 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게 속속 드러났다. 개혁적이고 청렴한 이미지와 저가 자동차를 몰고 다닌 것은 허울뿐이었다. 본인의 행적과 국민 정서 사이에 ‘조금의 괴리’가 있다는 변명은 분노를 더 자극했다. ‘촛불을 들었던 내 손을 찍어버리고 싶다’ ‘재수 없다’ ‘조로남불’ ‘강남양파’ 등의 울분이 쏟아지고 대학가 곳곳에 촛불집회가 소환된 이유다. 더욱이 문재인 대통령의 유명한 연설 문구마저 산산조각 났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말은 ‘기회는 불평등했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했다’는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짊어진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고 말한다. 법무부 장관으로 검찰개혁을 완수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투다. 처와 딸, 동생, 5촌 조카까지 검찰 수사를 받고 있고 본인도 검찰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없지 않은데, 도덕성을 유지하며 정의를 수호해야 할 자리에 앉아야겠단다. 검찰개혁의 중요성, 가짜뉴스를 언급하며 지지자들에게 SOS를 치기도 한다. 대단한 강심장이다. 그러나 상식과 양식, 염치와 분별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는 처신이다. 겉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 추구에 대해서는 무한정한 탐욕을 지닌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통찰은 정확했다.

문 대통령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명 철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지지율이 떨어져도 상관없다는 자세다. 조국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각별하다는 뜻이다.

여권 관계자들 전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무한한 ‘조국 사랑’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냈을 때 문 대통령은 잘 읽었다면서 친필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 문 대통령이 책을 낸 뒤 개최한 북콘서트에 조국이 참석했고, 이때 검찰개혁 얘기를 나누면서 “법무장관에 조국 교수가 어떠냐”는 대화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2016년 20대 총선 직후엔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계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는 약속 때문에 코너에 몰렸던 문 대통령을 조국이 적극 방어해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리고 2017년 현 정부 청와대 원년 멤버로 한솥밥을 먹게 됐고, 대통령에게 충성을 다하면서 ‘분신’ ‘멘토’로 급부상했다. 노무현-문재인-조국으로 이어지는 ‘PK집권플랜’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다. 잇따른 인사 참사와 특별감찰반원 비위 파동 때 ‘조국 민정수석’이 건재했던 배경 역시 ‘조국 사랑’이다. 그래서 문 대통령이 ‘읍참조국’을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끝까지 조국과 같이 간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은 청와대 참모들과 더불어민주당 고위 당직자들이 총력을 다해 조국 방어전을 벌이는 데서도 읽을 수 있다.

문빠 등 지지자들의 역공도 거세지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조국 지키기’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불안불안하다. 시스템이 아닌 특정인에 의존하는 국정운영의 폐해를 ‘박근혜-최순실’에서 목도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는 민심을 무섭게 여기고, 받들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은 아니다. 사랑에 눈이 먼 탓인지 민심은 안중에 없는 것 같다. 공분을 사고 있는 조국과 그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에 대해 별 거 아니라고 일축한다. ‘조국, STOP’ 외침을 보수세력의 정치 공세쯤으로 치부하며 편가르기로 탈출을 꾀하고 있다. 만신창이여도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되면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고, 불법을 저지른 게 없어 검찰 수사의 칼끝이 그를 향하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런 오만한 태도가 민심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고 있으나 내년 총선 이전에는 진정될 거라며 애써 무시한다.

돌발 변수가 없는 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까지는 갈 것 같다. 하지만 그게 해피엔딩일까. 그 순간부터 레임덕이 시작되는 건 아닐까.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3년 차부터 측근 비리나 권력형 게이트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던 사실이 새삼 떠오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를 ‘3년 차의 저주’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반환점을 코앞에 둔 3년 차다. ‘윤석열 검찰’은 칼날을 갈고 있다. 왠지 스산하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