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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강주화] 트럼프씨, 부루마불 하세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인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둘러싼 소동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에게 그린란드 매입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고 그린란드 해안 마을에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있는 합성 사진을 자기 트위터에 올리며 그린란드 매입에 노골적인 관심을 보였다. 참다못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그린란드를 방문해 “그린란드는 매각 대상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2주 앞으로 다가온 프레데릭센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연기해 버렸다. 면적 210만㎢의 그린란드에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터븀을 비롯해 수많은 희토류가 매장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광물 자원 때문에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반도체, 레이저 등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는 8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충분한 희토류를 확보해 ‘무역전쟁’ 중인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그린란드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로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사례다. 한 네티즌은 이 소식에 “트럼프씨, 부루마불 하세요?”라고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그린란드 매입 추진을 부동산 투자를 소재로 한 보드게임 부루마불에 빗댄 것이다. 오랜 동맹국인 우리나라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가 계속 돈을 앞세우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 끝난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완전한 돈 낭비”라고 하면서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을 두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루클린 임대 아파트에서 114달러13센트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달러를 받는 게 더 쉬웠다”고 말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동맹국의 안보는 안중에 두지도 않은 채 경제적 잣대만 들이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방위비 인상을 기정사실화하며 증액을 노골적으로 압박해왔다. 그의 일련의 발언은 다음 달 예정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관련 발언에 대해 “동맹이 엄청난 이득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하는 많은 전문가를 경악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동맹은 공동 이익을 전제로 한다. 1953년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한·미 동맹의 핵심이다. 당시 한국은 북한 위협 억제 차원에서, 미국은 소련의 남진 저지 차원에서 조약을 체결했다. 1980년 2조원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국방비는 내년 50조를 넘어선다. 당시와 비교하면 한국은 핵억지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 한·미 동맹은 냉전 당시보다 더 중요해졌다. 한국은 중국의 팽창을 저지할 전략적 요충지이고 주한미군은 중국이라는 패권국가의 부상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미국은 일본이 경제규제 조치로 한·일 갈등을 격화시키는 상황을 방조함으로써 사실상 일본 편을 들었다. 우리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선언한 데 한·미·일 3국 안보협력체제의 균열을 방치한 미국의 책임도 크다. 일본이 우리를 적대시하면서 백색국가(수출 심사 우대 국)에서 제외하는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군사 정보를 공유하긴 어렵다. 미국은 우리 측에 지소미아 재고를 요구하면서도 일본의 경제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별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가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를 불러 항의하자 뒤늦게 한·일 양국의 대화를 주문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방위비 협상에서 부루마불 게임 하듯 일방적으로 방위비 청구서를 우리 측에 내밀 지도 모른다. 올해 1조원 규모의 분담금이 6조원으로 늘어날 거란 얘기도 있다. 그 청구서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 부루마불 플레이어도 게임머니를 쓸 때 신중하게 고민한다. 방위비 인상 여부를 지렛대로 일본 경제규제 강화, 한·미 군사훈련 등에서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책임과 역할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강주화 온라인뉴스부 차장 r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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