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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멋… ‘안방’을 홀리다



올해 초 신드롬을 일으킨 ‘SKY 캐슬’(JTBC)의 신선함은 ‘입시’라는 소재 때문만은 아니었다. 극은 드라마로는 이례적으로 염정아 이태란 윤세아 오나라 등 중년 배우들을 앞세운 묵직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중년 배우들이 보조 역할을 하던 이전과 달리 극 전면에 나서고 있다. 주말극에선 흔했으나, 각 방송사 경쟁작이 맞붙는 미니시리즈 라인에선 독특한 현상이다. 연간 드라마 제작 편수 증가와 올라간 시청자들의 눈높이, 장르물을 위주로 한 브라운관 재편 등이 두루 작용한 결과다.

‘닥터 프리즈너’(KBS2)가 대표적이다. 덫에 휘말린 엘리트 의사 나이제(남궁민)가 교도소 의료과장이 돼 펼치는 복수극으로, 13~15%(닐슨코리아)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첫 회부터 다양한 이야기 줄기들이 뻗어 나갔다. 교도소 의료과장직을 두고 벌이는 치열한 수 싸움과 거대 자본의 이해관계 등이 여러 갈래로 펼쳐져 복잡하게 느껴질 법했다.

이를 털어내고 극에 몰입감을 더한 건 김병철 최원영 김정난 등 중년 배우들이었다. 기존 교도소 의료과장 선민식 역을 맡은 김병철과 태강그룹 총괄본부장 이재준 역의 최원영은 안정감 있는 연기로 엎치락뒤치락하는 긴장 관계를 담아냈다. 김정난은 살인교사 혐의로 수감 중인 재벌 사모님 오정희 역을 호연해 향후 이어질 나이제와의 공조 관계에 설득력을 더했다.

지난달 27일 첫 전파를 탄 ‘더 뱅커’(MBC)는 연기대상에 빛나는 김상중 유동근 채시라 3인을 앞세웠다. 감사로 승진한 은행원 노대호가 조직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렸다. 불법 대출과 채용 비리 등 굵직한 사건들이 구체적으로 등장한다. 자칫 난해할 수 있는 일련의 설정들을 흡인력 있게 끌고 가는 건 주인공들이다. 대한은행 행장 강삼도 역의 유동근과 본부장 한수지 역을 맡은 채시라, 노대호 역의 김상중은 개성을 살린 각자의 연기로 극의 완급을 유연하게 조절해낸다.

그렇다면 중년 배우들이 극 일선에 등장하게 된 이유는 뭘까.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연간 약 150편의 드라마가 쏟아져 나오면서 중년 배우들의 저변도 함께 넓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 “장르물이 많아져 무게감을 갖춘 배우들에 대한 수요가 많아진 것도 이유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높아진 시청자 수준의 반영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석진 드라마평론가는 “시청자들의 눈이 예리해진 만큼 작품 완성도가 중요해졌다. 오랜 연기경력을 갖춘 배우들은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표현하고자 하는 캐릭터와 인물, 상황을 그려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중견급 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수작들이 연달아 시청자들을 만나는 중이다. 지난 5일 첫 방송된 ‘아름다운 세상’(JTBC)이 그렇다. 학교폭력 피해자의 가족 이야기로 추자현과 박희순이 주연으로 나섰다. 이들은 아들 선호(남다름)의 추락사고 이후 변모해가는 부모의 모습을 절절히 표현해낸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여온 손현주 주연의 ‘저스티스’(KBS2)도 오는 7월 방송을 앞두고 있다. 권력층의 뒷모습을 파헤치는 스릴러다.

시청자들은 색다르고 무게감 있는 연기를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됐다. 공 평론가는 “중년 배우들은 젊은 연기자들과는 다른 묵직한 매력을 지녔다. 드라마가 어린 배우들만으로 채워졌던 때와 달리 똑같은 캐릭터라도 새롭게 표현될 여지가 더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부분들이 안방극장에 식상함을 줄이고, 신선함을 더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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