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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정진영] 전도사 황교안, 정치인 황교안



종교국 일을 하다보면 “어, 이건 뭐지”라는 뜨악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크리스천임이 널리 알려진 대중적 스타들이 예상과 달리 국민일보 종교면인 ‘미션라이프’에 소개되기를 꺼리는 경우다. 한국 개신교를 대변하기 위해 창간된 국민일보에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 예능인, 체육인 등 스타들이 기사화되는 것을 마다하는 사례를 접하면 당혹스럽다. 장로, 안수집사인 기업인이나 고위관료 등도 마찬가지다. 국내 4대 재벌기업의 최고경영자급 한 임원이 주일학교에 오래 봉사한다는 얘기를 듣고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이들의 반응은 비슷하다. ‘나중에’ ‘다음 기회에’라고 말하지만 기실 보도를 피하는 것이다. 처음엔 겸손한 신앙인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몇 번 비슷한 경험을 하면서 일부 인사들은 다른 속내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세상적으로 한창 잘나가는 마당에 굳이 국민일보에 의해 기독교인으로 다시 공인(?)돼 좋을 게 있겠느냐는 태도가 읽혔다. 독실한 신자라는 인식이 굳어지면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거나 위축될 수 있다고 여기는 게 아닌가 싶다. 인기가 식거나 현역에서 물러나면 자신의 신앙이나 근황을 신문에 낼 수 없냐며 먼저 찾아오는 인사가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보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비교불가의 옹골찬 신앙인이다. 사회에 첫발을 뗀 사법연수원생 때도 남달랐다. ‘주간 사법연수원생, 야간 신학생’ 황교안은 세상의 이익을 챙기는 좌고우면형 신자가 아니었다. ‘오직 예수’를 주창했고 결국 전도사가 됐다. 검사가 된 후의 신앙 열정은 더 뜨거웠다. ‘검찰 복음화’에 앞장섰고 ‘교회가 알아야 할 법 이야기’를 출간하며 교회의 안위를 살폈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는 거센 기독교 편향 논란을 피하지 않았다. 고위 관료가 특정 종교에 너무 신실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여러모로 불편할 수 있음에도 꿋꿋이 대처했다. 신앙에 관한 한 드물게 단단하고 일관된 모습을 보인 고위 공직자였다.

정치인 황교안의 신앙도 다르지 않았다. 단숨에 제1야당의 대표가 된 그는 정치적 발언에도 자주 성경적 메시지를 담는다. 공적인 자리에서 거리낌 없이 성경을 거론하고 신앙을 드러낸다. 전도사 황교안과 정치인 황교안의 모습이 여러 번 겹친다. 하나님을 좇아 살고자 하는 그의 인생관과 신앙고백이 교인들에게 꽤 공감을 얻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수 기독교 측의 지지와 성원은 전폭적이고 절대적이다. ‘대통령 황교안’을 서슴없이 외친다. 지난 몇 달 새 이뤄진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황 대표가 최상위 결과를 얻은 데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추격자와의 격차를 더 벌린 점을 감안하면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전도사 황교안이 정치인 황교안으로 성장하고, 나아가 대통령 황교안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유념해야 될 사항이 있다. 현상을 선과 악의 경계로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 내편과 네편으로, 진보와 보수로 구획 짓는 일을 삼가야겠다. 지난달 그는 보수교계의 한 축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를 찾았다. 그러나 진보적 교계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회협의회(NCCK)를 방문한다는 소식은 없다. 한국교회의 가장 큰 숙제가 연대와 통합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사실이다. 원대한 포부를 지닌 황 대표가 교계 내부의 과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오히려 분열을 외면한다는 인상을 줘서야 되겠는가. 동성애와 이단에 대한 단호한 대처, 종교인 퇴직금 특혜 논란으로 다시 불거진 종교인 과세 문제 등 한국 교회 앞에 놓인 과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당분간 전도사 황교안이 아닌 보다 겸손한 신앙인의 자세로 묵상할 필요가 있다.

교회를 향한 세상의 시선이 차가운 상태에서 기독교인 유력 대권 후보의 급부상을 곱지 않게 보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와 ‘극우’ 프레임까지 등장하고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 위배 운운하며 공격하는 실정이다. 황 대표가 이런 의제 설정의 한가운데 서서 논쟁을 증폭시킬 이유가 없다. 2013년 2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 당시 그는 신앙적 견해를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개인적 신앙과 공적인 직무는 전혀, 구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지금은 당시의 다짐을 무겁게 받아들일 때다.

정진영 종교국장 jy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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