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의경] 마흔 살의 산전검사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외출을 했다. 손을 맞잡고 빠르게 걸었지만 발걸음이 마냥 가볍진 않았다. 집에서 도보로 10분 거리. 멀지도 않은데 이곳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무려 10년이라는 세월이. 오는 동안에도 아직 이른 것은 아닌가,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가 고민했다. 우리는 보건소 건물 앞에서 한 번 숨을 고른 다음 안으로 들어갔다. 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산전검사를 하는 곳은 텅 비어 있었다. 그렇다. 우리는 함께 산 지 10년이 넘어 임신을 계획하고 보건소를 찾은 것이다. 무료 산전검사는 오전에만 한다는 말에 아침 일찍 서둘러 온 것이 무색하게도 산전검사를 받으려는 사람은 우리 부부밖에 없었다. 혈압검사를 마친 다음 임상병리검사실로 이동했다. 담당 선생님이 우리에게 건넨 두 개의 소변통에는 우리의 이름과 나이가 적혀 있었다. 40, 41. 그 숫자가 유독 짙어 보인 것을 보면 내가 노산이라는 것을 은근히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이를 갖기로 했지만 경제 사정이 엄청나게 좋아졌기 때문은 아니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나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솔직한 이유일 것이다. 학창시절 드라마나 영화에서 봐온 임신은 순조로운 것이었다. 연애를 하다가 결혼을 하면 어느 순간 입덧을 하고 병원에 가서 임신 소식을 듣고 놀라며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 하지만 현실에서 많은 부부들의 임신과 출산은 그와는 다르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오랜 시간 미루고 준비해야 부모가 될 수 있다. 새로운 계획은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남편은 그 어렵다는 금연에 성공했고 나는 처음으로 인터넷 육아 카페에 가입했다.

우리는 보건소에서 나와 카페에 들렀다. 몇 번 왔던 곳인데도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노 키즈 존’이라는 글자가 유독 크게 눈에 들어왔다. 밖으로 나오자 유모차를 미는 젊은 엄마가 보였다. 그녀는 피곤해 보였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눈에는 사랑이 담겨 있었다. 출산은 희망과 두려움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로 들어간다는 설렘 덕분에 두려움보다는 희망 쪽에 자리를 좀 더 내어주려 한다.

김의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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