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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타락의 씨앗인가 은혜의 통로인가

사진=게티이미지








우리는 모두 살기 위해 돈을 벌고 살기 위해 돈을 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일같이 돈 걱정을 하며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교회 문턱만 들어서면 ‘돈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사람처럼 행동한다. 목사부터 일반 성도까지 ‘아닌 척’ 감추는 방식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이제 좀 솔직해지자. 언제까지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 6:10)라며 무조건 죄악시하거나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가 하는 모든 일과 네 손이 닿는 모든 일에 네게 복을 주시리라”(신 15:10)는 말씀을 붙들고 물질의 축복을 구하는 기도에만 매달릴 것인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흔들리곤 했던, 돈에 대한 태도를 결정해보자.

미국 폴 트립 목사의 ‘돈과 영성’(두란노), 김형익 광주 벧샬롬교회 목사의 ‘은혜와 돈’(복있는사람)이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두 책 모두 하나님의 은혜야말로 우리가 돈에 대한 생각을 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준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립 목사는 “오늘 나의 씀씀이가 내가 누구인지 증언해 준다”며 재정 문제의 근본 원인을 세계관과 관점, 우리의 정체성에서부터 진단한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는 돈이 전혀 새롭게 보이는 문을 열어준다”며 재정 문제의 핵심 또한 하나님의 은혜와 닿아있음을 강조한다. “은혜를 잊는 것과 재정 문제는 확실히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으며 “하나님께 받은 은혜와 사랑에 만족하는 사람일수록 제 마음대로 돈을 쓰면서 살고 싶은 유혹을 이기는 힘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는 창세기 3장 본문을 들고 온다. 이 본문 강해를 통해 돈과 관련된 문제 또한 하나님 앞에 들고 가서 주님의 은혜를 구해야 하는 사안임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우리가 돈의 유혹을 받거나, 돈을 어리석게 사용하거나, 돈을 부정하거나 사랑하거나 어떤 경우든 마찬가지다.

성경 어디에도 돈 자체가 악하다는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하나님보다 돈을 사랑해 소유와 쾌락을 좇을 때 돈은 무엇보다 악한 우상이 될 수 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돈과의 전쟁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취할 무기는 무엇일까. 그는 감사 만족 인내 긍휼 봉사라는 다섯 가지 미덕을 제시한다. “돈을 숭배하지 않고 은혜의 환대와 능력을 받아 하나뿐인 진짜 왕을 섬기는 사람의 미덕”을 갖출 때 하나님이 기뻐하는 재정관을 세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영원한 하나님나라가 실제로 있다는 사실을 믿을 것, 즉 우리의 시선을 현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영원에 둘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이 기독교인의 재정관에 대한 원론이라면, 김 목사의 ‘은혜와 돈’은 더 구체적인 사안을 다룬다. 김 목사는 “헌금이라는 의무에서 은혜로 가는 길을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며 한국교회 안에서 민감한 십일조 등 헌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그는 성경이 가르치는 헌금의 원리를 네 가지로 소개한다. ‘헌금을 드리는 대상은 특정인이나 교회가 아니라 언제나 하나님 자신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있는 것을 받으신다’ ‘자원하는 자가 드리는 것을 받으신다’ ‘기쁜 마음으로 드리라고 하신다’는 것이다.

십일조에 대해서는 민수기 18장 본문을 토대로 찬찬히 설명해나간다. 그는 구약의 십일조 규정이 형성된 배경을 설명한 뒤 “모세 율법의 십일조 규정은 신약 시대 성도들에게 하나의 원리로 적용될 수 있으나, 율법적 구속력을 지니지는 않는다”고 조심스레 결론 내린다. 하나님이 땅을 기업으로 받지 않은 제사장과 레위인을 부양할 책임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신 것은, 예외 없는 의무나 무조건 복종해야 할 율법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신뢰 차원에서 이뤄지기 바라셨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김 목사는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로 하나님께 드린 풍성한 물질은 교회를 섬기는 전임 사역자를 부양하는 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며 “이 일뿐만 아니라 교회 안에 가난하고 궁핍한 성도들의 필요를 채우는 일에 쓰여야 하고 교회 밖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일에도 풍성하게 쓰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선교사로 사역한 뒤 GP선교회 대표를 지냈다. 미국 워싱턴DC 인근에 죠이선교교회를 개척해 목회하다 귀국해 2015년 광주 벧샬롬교회로 청빙받아 부임했다. 다채롭고 풍성한 목회 경험과 성경에 근거해 풀어내는 이야기들은 강한 어조가 아님에도 설득력이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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