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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지구온난화… 우리의 삶 위협한다

미세먼지에 갇힌 서울 도심을 촬영한 사진이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기상청은 지난 1월 서해에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란하늘 빨간지구’를 펴낸 과학자 조천호씨는 인공강우 프로젝트를 강하게 비판한다. 그는 “인공강우를 통한 미세먼지 저감은 과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은 해야 할 것을 결정하는 것만큼 중요하다”고 적었다. 뉴시스




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무지개를 풀며’라는 책에서 인류가 장구한 지구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미미한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일단 양팔을 벌려 왼쪽 손끝이 지구의 시작이고, 오른쪽 손끝이 현재라고 가정하자. 가슴을 지나 오른쪽 어깨까지 지구에 존재한 생명체는 박테리아뿐이었다. 공룡은 오른손 손바닥에서 생겨나 마지막 손가락 마디에서 멸종했다. 그렇다면 지금의 현대 문명은 언제 생겨났을까. 도킨스는 이렇게 말한다. “나폴레옹과 히틀러, 비틀스와 클린턴, 그리고 이들을 아는 모든 사람은 (오른손) 손톱에 줄칼을 갖다 대는 순간 먼지가 되어 사라진다.”

이렇듯 인류는 지구의 역사에서 티끌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인간은 지구가 품은 그 어떤 생명체보다 지구에 해를 끼치며 자연을 망가뜨렸다.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목소리야 크지만 문제는 많은 이들이 이런 주장을 허투루 여긴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인류가 풀어야 할 문제지에서 기후변화야말로 가장 배점이 높은 문항이라는 걸 모른 채 살아간다.

‘파란하늘 빨간지구’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끌어올려 줄 통렬한 과학책이다. 이 문제를 다룬 교양서는 서점에 차고 넘치지만, 국내 저자가 이 정도 수준의 책을 내놓은 경우는 별로 없었다. 저자는 “대기와 바다가 이 세상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하면서 산다는 조천호(58)씨로, 그는 국립기상과학원에서 30년간 근무하다가 원장까지 지낸 과학자다.

이야기는 인류가 얼마나 많은 우연과 행운 덕분에 생존의 기회를 거머쥘 수 있었는지 전하면서 시작된다. 지구는 태양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덕분에 지금의 지구가 될 수 있었다. 달은 지구와 인력과 척력을 주고받으면서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냈고, 인류는 1만2000년 전 따뜻한 간빙기인 ‘홀로세’가 시작된 덕분에 문명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우연의 톱니바퀴에서 작은 나사 하나만 빠졌더라도 지금의 인류는 존재하지 못했을 게 불문가지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다가는 지구가 갑자기 ‘찜통 지구(Hothouse Earth)’ 단계에 진입할 게 명약관화하다. 찜통 지구에 도달하면 기온은 4~5도 올라가고 해수면은 10~60m 상승한다. 저자는 “파국은 한순간에 찾아온다”고 경고한다. 이어 “찜통 지구에 도달했다는 것은 ‘일이 일어난 다음’에야 분명해진다”며 “복잡한 지구 시스템에 우리는 더 민감하고 능동적이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계에서는 기온 상승 정도가 산업혁명 이전 수준의 1.5도 이내여야 한다고 보고 있다. 간절기면 일교차가 10~20도에 달하니 1.5도라는 수치가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 정도 기온 상승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체를 떠올려보자. 정상 체온보다 1도 올라가면 우린 미열이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1.5도 상승해 체온이 38도가 되면 병원에 간다. 지금처럼 기후변화 문제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불과 20년쯤 뒤엔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에 도달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다.”

책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그 배경을 면밀히 분석한 내용이 가지런하게 이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환경을 둘러싼 엉터리 통념을 각개격파 해나간 대목들이다. 미세먼지를 다룬 부분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2014년부터 국제 용어인 ‘스모그’ 대신에 미세먼지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언론은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크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기오염은 과거에 더 심각했다고 한다.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만 하더라도 2000년대 초반이 지금보다 50% 이상 높았다.

미세먼지의 위험은 과장됐으니 안심하라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저자가 겨누는 과녁은 다른 데 있다. 한국인은 미세먼지를 걱정하면서 바다 건너에 있는 중국을 비난한다. 그런데 중국에서 오염물질을 많이 뿜어내는 건 그곳에 공장들이 많아서이고, 이들 공장의 존재 이유는 한국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 중국은 최대 수출국이자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중국을 값싼 생산기지로 활용하면서 오염먼지를 줄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모순일 수 있다. …맑은 공기를 요구하면서 오염먼지 배출로 누리는 편익을 함께 요구할 순 없다. 정부 관료와 전문가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회 구성원이 함께 성찰해야 한다.”

간단명료한 비유로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필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예를 들자면 저자는 지구온난화를 당뇨병에 빗대 표현한다. 당뇨병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처럼 기온 상승은 지구의 “조절 시스템”을 뒤흔드는 탓이다. 깔끔하고 매끈한 문장력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2001~2018년 사이에 지구 평균 기온이 뜨거웠던 18번의 해 가운데 17번이 몰려 있다는 걸 지적하면서 이렇게 적었다. “기록이 한 번 깨지면 우연이다. 다시 깨지면 우연의 반복이다. 세 번째 깨지면 추세가 된다. 매번 깨지면 변화가 된다.”

기후변화를 무시한다면 인간은 머지않은 미래에 ‘파란 하늘’을, 붉은 흙이 깔린 ‘빨간 지구’를 잃고 말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예측된 위험은 가능성일 뿐 아니라 현재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를 통해 미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가는 것’이 된다”고 말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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