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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손병호] 난장판 속 손학규와 전현희



어김없이 봄이 찾아오는 것처럼, 국회가 다시 난장판이 됐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으로 여당과 제1야당이 이틀째 극한 대치를 벌이고 있다. 놀랍기는커녕, 너무나 익숙한 고성과 삿대질 풍경이 지루하게 보일 따름이다. 이전에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면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는데, 지금은 마치 영웅적 행위를 한 것 마냥 “잘 했어”라고 앞다퉈 자화자찬하는 모습이 좀 달라졌다면 달라진 모습이다.

그런 난장판에 가려진 낯선 풍경이 있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문 대통령이 만든 풍경이다. 청와대는 12일 대변인을 통해 “문 대통령이 미세먼지 관련 대책을 보고받고, 손 대표와 바른미래당이 제안한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범국가적 기구 구성’을 적극 수용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최근 몇 차례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기구 구성을 제안해 왔다. 이에 손 대표는 13일 “제 제안을 받아주시고 이를 국정과제로 결단해 주신 대통령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삶의 질 문제를 넘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짬짜미’가 아니냐는 의심과 함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범국가적 기구의 장으로 앉히는 것으로 손 대표가 중도 진영 정계개편에 반 총장을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설사 다른 목적이 깔려 있었다고 해도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정책을 제안하고, 수용하고, 공개적으로 사의를 표하는 모습은 요즘 정치권에서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한국당이 대안 제시는 하지 않고 미세먼지 문제로 연일 대통령을 공격하고, 이 문제가 조기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당 지지율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즐기는’ 모습과 대조된다.

정치적 공격을 포기하고 정책 제안으로 승화시킨 손 대표에게 박수를 보낸다. 몇 달째 ‘손다방’으로 불리는 트럭을 타고 다니며 국민들을 현장에서 만나온 그가 정치적 이익보다 민생을 더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과거 문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싸운 앙금이 남아 있고, ‘노빠’ ‘문빠’로부터 툭하면 보따리장수라고 놀림을 받아온 손 대표라서 더욱 빛이 난다. 손 대표가 지난해 9월 대표로 취임했을 때 ‘올드보이의 귀환’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런 올드보이라면 국민은 100명이 더 와도 반길 것 같다.

앞서 지난 7일에도 국회에서 뭉클한 풍경이 펼쳐졌다. 택시업계와 카풀업계를 설득해 카풀 서비스 사회적 합의를 이룬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인공이다. 전 의원은 합의문 발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다 갑자기 고개를 뒤로 돌렸다. 흐르는 눈물을 닦기 위해서였다. 합의를 이끌어내기까지의 5개월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눈물을 닦고서도 몇 번이나 숨을 크게 내쉰 뒤 말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이 합의는 그의 ‘개인기’나 다름없다. 전 의원과 보좌진이 택시업계를 100번도 넘게 찾아다니고, 200여 차례 대화와 협상을 벌인 덕분에 가능했다. 당사자들도 처음에는 만나지도 않으려 했지만 그런 전 의원의 정성에 감복해 마음을 조금씩 열었다고 한다. 택시기사가 3명이나 죽어나간 비극적인 갈등을 한 여성 정치인의 헌신으로 해결해낸 것이다. 합의에 참가하지 않은 일부 카풀업체가 뒤늦게 반발하고 있지만, 전 의원은 지금까지의 합의만으로도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문 대통령과 손 대표가 보여준 협치, 전 의원이 보여준 정치적 헌신이 정치권과 사회에 더 확산되길 바란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파행과 탄력근로제 논란과 같은 사회적 갈등 해결에도 본보기가 됐으면 한다. 국민도 그런 노력을 기울이는 손 대표와 전 의원 같은 정치인을 계속 응원해야 한다. 반대로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울 때 싸움만 하는 정치인들은 잘 기억해 내년 총선 때 꼭 심판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가 변한다.

손병호 정치부장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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