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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전석운] 미세먼지에 갇힌 문재인정부



“학교 가는 아이에게 할 수 있는 일이란 마스크를 씌워주는 것밖에 없습니다. 국민들의 하루는 어느새 미세먼지 걱정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불안을 넘어 정부의 무능과 안일에 분노합니다. 환경부 등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미세먼지 오염도를 미리 알려주는 문자서비스뿐이었습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13일 미세먼지 대책을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SNS를 통해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미세먼지를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강력하고 촘촘한 종합관리대책을 세우고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를 한·중 정상급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고도 다짐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하나도 실천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특별기구는 신설되지 않았다. 한·중 정상회담은 2017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렸지만, 미세먼지는 주요 의제가 아니었다. 정부 대책은 임시방편이나 땜질식 처방에 그쳤다. 차량 2부제처럼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대책은 있었지만, 미세먼지 배출을 획기적으로 억제하는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아이들을 위한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속에도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의 마스크를 챙기는 학부모들에게 ‘외출을 자제하라’는 문자메시지는 허탈하기만 했다.

그러는 사이 미세먼지 공습은 잦아졌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대기 정보 사이트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2017년 미세먼지(PM10) 주의보는 205건 발령됐다. 2018년에는 주의보 발령이 382건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들어서는 이미 130건의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돼 지난해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그러나 정부는 미세먼지가 오히려 줄어든 것처럼 호도했다. ‘문재인정부 600일, 국민과의 약속 이렇게 지켜왔습니다’라는 정부 자료집은 초미세먼지(PM2.5)의 전국 평균이 2017년 25㎍/㎥에서 2018년 23㎍/㎥로 줄었다고 기술했다.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은 건 당연했다. 이런 분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렸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46.3%에 그쳤다. 부정적인 평가는 46.8%로 나타나 긍정적인 평가를 앞질렀다. 미세먼지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2주 연속 하락시킨 주범이었다.

13일엔 잠시나마 전국적으로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꽃샘추위와 함께 밀어닥친 북서풍이 한반도 상공에서 미세먼지를 밀어낸 것이다. 그러나 푸른 하늘을 보는 일은 점점 드문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곧 황사철로 접어들면 또다시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칠 것이다. 더욱 걱정은 중국이 동부 연안에 쓰레기 소각장과 석탄화력발전소를 집중적으로 짓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주대 김순태 교수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이 되면 중국 동부 연안의 쓰레기 소각 시설의 용량은 2015년 대비 2배로 늘어난다. 중국 동부 연안의 소각장과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서풍이 불면 곧바로 한반도로 향하게 된다.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중국발 서풍으로부터 자유로운 날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로서는 속수무책이다.

국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규정하고 LPG 차량의 구매제한을 푸는 등의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법안을 13일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발 미세먼지로부터 국민들의 건강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가 정부 대책에서 빠져 있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중국을 설득하고 협력을 끌어내는 일에 직접 나서야 한다. 문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조체제를 구축하라고 지시했다지만 “한국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반응을 보면 미세먼지 외교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

국외발 대기오염 물질을 줄인 해외 사례는 이미 있다. 스웨덴은 1970년대 영국과 독일을 설득해 미세먼지를 줄이는 협약을 체결했고, 싱가포르는 2014~15년 인도네시아를 압박해 바다를 건너오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맑은 공기를 되찾는 데 성공했다. 우리라고 중국을 설득하지 못할 일이 없지 않은가. 미세먼지를 줄이지 못하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할 것이다.

전석운 뉴프로젝트전략팀장 겸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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