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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 때 파격적 역할 욕심… 1인 2역 무서웠지만 도전했죠”

드라마 ‘왕이 된 남자’에서 1인 2역을 소화하며 극 흥행을 견인한 배우 여진구. 그는 “20대, 30대 초반의 여진구보다는 그 뒤의 모습을 목표 지점으로 삼고 있다. 오랜 기간 다듬어가며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이너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여진구(22)는 인터뷰 내내 ‘처음’ ‘도전’ ‘성장’이란 단어를 즐겨 썼다. 지난 4일 10.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종영한 드라마 ‘왕이 된 남자’(tvN)는 오랜 연기를 꿈꾸는 청년 여진구에게 그만큼 특별하고 소중했다.

“내가 변했단 생각이 든 적이 처음이었어요. 여러 작품에서 감정적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고 생각했지만, 이번에 느낀 기분은 새로웠어요.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웃음).”

그도 그럴 게, 갓 스물을 넘긴 배우에게 1인 2역이 쉽지는 않은 시도였을 테다. 아역 때부터 특출한 연기로 주목받아온 여진구일지라도 말이다. 원작인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의 이병헌과 비교될 것이 뻔했다. 하지만 그는 광기에 찬 왕 이헌과 천출이지만 성군의 자질을 지닌 광대 하선을 능숙히 오가며 극의 흥행을 이끌었다.

6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여진구는 “무섭기도 했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욕심이 더 컸다”고 계기를 털어놨다.

“나중엔 도전하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젊을 때 파격적인 역할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죠. 원작보다 더 극명한 성격 대비를 보이는 인물 설정도 매력적이었고요. 하선과 이헌이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수없이 되뇌며 촬영했어요.”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역시 왕과 광대가 궁 안에서 처음 맞붙는 장면. 다른 배우와 커뮤니케이션 없이 허공을 보고 연기하는 게 큰 부담이 됐다고 한다. 시선과 얼굴 각도까지 신경 써야 하는 세심한 작업이었다고. 특히 지금껏 맡아온 역할들과 달리 퇴폐적인 이미지를 지닌 이헌은 작위적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많은 신경을 쏟았다.

“이헌이란 인물이 잘못 표현돼서 단순히 이미지 변신을 위한 캐릭터처럼 보일까 봐 조심스러웠어요. 인물 자체가 돋보이도록, 강렬하고 자극적인 것에 치중하기보단 의도적으로 순화해서 표현했습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중심을 잡고, 자신을 믿는 법을 새로 배운 것 같다고 했다. 동고동락하며 격려해준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 덕분이었다.

“감독님과 선배님들께서 제게 정답을 찾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어요. 준비해온 것들을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덕에 자신 있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 ‘새드 무비’(2005)로 데뷔해 어느덧 15년차 배우가 된 여진구는 영화 ‘화이’(2013) 등 다양한 작품을 쉼 없이 소화해왔다. 차기작도 벌써 결정됐다. 하반기 방송 예정인 ‘호텔 델루나’(tvN). 이지은(아이유)과 호흡을 맞춘다.

그는 “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이내 다시 불태우자는 마음이 들더라”고 말했다. 눈빛에서 열정이 툭툭 묻어났다.

“다음에 연기할 인물은 강한 결단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내적으로는 인간미를 지닌 캐릭터예요. 새로운 모습에 또 끌렸죠. 10~15년 뒤를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진지한 연기뿐 아니라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역할에도 계속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강경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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