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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들의 연애와 직장 생활을 생생하게 담아

김세희의 소설집 ‘가만한 나날’에 수록된 ‘얕은 잠’에는 연인과 함께 서핑을 하다 낯선 해안에 닿은 주인공 미려가 등장한다. 픽사베이




‘연애 다음에는?’ ‘취직 이후에는?’은 아마 20·30대 청년들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일 것이다. 2015년 등단한 김세희의 첫 소설집 ‘가만한 나날’은 사회 초년생의 연애와 직장 생활을 생생하게 담은 단편 8편이 수록됐다. 사귀는 사람과의 미래를 불안해하거나 직장 일에서 보람을 찾지 못하는 청년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얕은 잠’은 오랜 연인인 미려와 정운이 바닷가에서 서핑을 하는 얘기다. 미려는 수영을 하지 못하지만 정운의 서핑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한나절 강습 후 미려는 파도를 타는 데 성공하고, 얕은 잠이라도 들었는지 어느 순간 아무도 보이지 않는 바다 위에 떠있다. 성취의 기쁨도 잠시, 불안이 엄습하고 미려는 늘 그랬든 듬직한 정운이 나타나 이 상황을 해결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미려는 스스로 낯선 이들에게 도움을 구하고 쉴 곳에 당도한다. 미려는 가벼워진 발걸음을 느끼고 자신이 편안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연인의 도움 없이 혼자 문제를 해결한 뒤 안도하며 기뻐하는 순간이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도 의탁하지 않고 뭔가 감당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결국 연애가 끝나면 언젠가 우리는 혼자가 될 테니까.

‘가만한 나날’은 블로그 마케팅 회사에 입사한 경진의 얘기다. 경진은 ‘채털리 부인’이라는 가상의 인물이 돼 홍보 요청을 받은 업체의 상품을 실제로 써본 것처럼 글을 올린다. 어느 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경진에게 같은 피해를 입진 않았는지 걱정하는 쪽지를 보내고 경진은 혼란에 빠진다. 내가 그냥 열심히 한 작은 일이 막대한 사회적 피해에 일조했다는 걸 알았을 때 느끼는 당혹감이다.

‘현기증’ 속 원희와 상률 커플은 월세를 나눠 내며 동거한다. 긴 원룸 생활 끝에 이사를 가게 되지만 칙칙한 중고 가전으로 살림을 준비하는 상황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감정 연습’은 경쟁 끝에 정규직이 된 상미의 복잡한 마음을 그린다.

김 작가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청년들이 느끼는 모호한 감정과 조바심, 불안과 긴장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차기작은 고향 전남 목포를 배경으로 ‘팬픽’에 빠진 청소년의 모습을 그린 ‘항구의 사랑’이란 작품이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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