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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전정희] 3·1절 주일예배 합독문



‘4월 15일 오후에 일병들이 제암리에 불을 놓기 시작하였는데 이 동리의 가호 수는 40여 호요 교회가 하나더라.

이날 일본 헌병 대장은 병사를 영솔하고 이 동리에 들어와 무삼 강설할 것이 있다 하고 교인 23명을 예배당으로 청한 즉 그 교인들이 모여 예배당에 들어가매 헌병 대장이 병사에게 명령하여 일변 총질을 하며 일변 불을 놓는데 그중에 청년 한 사람이 도망하여 이 참혹한 역사를 전하더라.

이 청년이 말하되 헌병 대장이 처음에는 교회에 관해 물은즉 이에 대해 전도사 안씨가 대답하기를 성경 말씀 중에 사람 사이에 친의를 가르치며 장차 천국에 가서 우대와 상급을 받는다 하였다. 하지만 헌병 대장은 성도들을 예배당 밖으로 나가라 호령하더니 예배당 문을 막고 총으로 사격하는지라. 예배당 안에 앉아 있던 성도들이 일변 거꾸러지며 일변 어찌할 줄 모르더라. 그때 생각에는 왜놈들이 위협하기 위하여 헛총을 놓는 줄로만 알았노라.

안 전도사가 정신을 진정하여 자세히 본즉 방바닥에 거꾸러진 성도들에게 피가 흥건한 고로 그제야 헛총이 아닌 줄로 알고 생명을 구원하기 위하여 강대상 뒤로 누어 굴러가 그 뒤에 있는 유리창을 치고 도망할 때에 성도 중에 홍씨 한 분이 따라온지라. 그러나 왜병들이 쫓아오며 총질하는 바람에 홍씨는 불행이 총에 맞아 죽고 안 전도사는 다행히 달아나 그 동리 뒤에 있는 솔밭에 들어가 생명을 구원하였다.

왜놈들은 학살한 뒤에 불까지 질러 재가 된 가운데 강씨 한 분은 혼자 떨어져 그의 늙은 조모와 모친과 젊은 처자와 어린 조카의 생활을 공급하는 터라. 이 동리가 화염 중에 있는 동시에 그 아내가 여간한 의복을 가지고 그 동리 너머에 있는 큰 언덕 아래로 피신하야 자기 집에 불붙는 것과 그 남편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달아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더라.

그 처자의 치마는 흰 빛인고로 눈에 띈지라. 왜병들이 보고 그가 여학생이라 하여 따라와 칼을 휘두르며 죽이려 한 즉 그 젊은 부인이 무죄하노라 말하매도 왜병이 목을 찔러 폐명하였다. 왜병들은 그 처자의 의복 통을 펼쳐 시신 위에 덮고 그 위에 마른 풀과 나무를 주워다가 쌓아놓고 불을 놓는 터라. 이 사실은 그 옆에 굴통에 숨어 있던 늙은 부인이 보고 증거함이라.

한편 죽은 홍씨의 부인은 예배당에서 총소리가 나며 화염이 충천함을 보고 남편이 죽지 않았는지 알고자 하야 급히 예배당으로 따라가다가 왜병의 총에 맞아 정신을 잃고 넘어진 것을 그의 두 아들이 떠메고 집에 돌아갔으나 그 날 밤에 폐명하였다.

제암리 뒤에 있는 마을의 작은 예배당도 역시 왜병에게 몰살당한 동시에 교인과 마을 사람 6명이 화염 중에 재가 되었더라. 또 제암리에서 80여리 떨어진 마을에도 왜병들이 들어가 예배당과 민가를 아울러 불 놓는 동시에 성도들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죽여 화장하였다. 그중 부인 한 명이 생명의 위급을 피하여 달아나는 것을 왜병이 쫓아가며 총으로 쏘아, 총알이 그의 목을 뚫고 나갔으므로 곧 폐명하였더라.’(신한민보 1919년 7월 12일 자 중)

소리 내어 읽어야 한다. 또박또박 읽어야 한다. 읽기 힘들면 필사할 것이요, 필사가 힘들면 눈에 담을 일이다. 일본이 민족과 교회 앞에 얼마만큼 만행을 저질렀는지 오늘의 성도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백성 앞에 서판에 기록하며 책을 써서 후세에 영영히 있게”(이사야 30:8) 하여야 한다.

이 비참한 기록은 1919년 3·1운동 당시 경기도 화성시 제암리교회 학살 사건을 보도한 신문기사 원문을 최대한 살려 현대문에 가깝게 다듬었다. 선대의 성도들은 야만의 제국으로부터 천황이라는 우상 숭배를 강요받으며 목에 칼과 총알을 받았다. “무죄하노라”를 외친 부녀자들까지 그들은 죽였다.

느헤미야가 유다와 예루살렘의 형편을 물은즉슨 “살아남은 이들은 큰 환난을 당하고 능욕을 당했고 성은 허물어지고 성문은 불탔다”고 했을 때 그는 이렇게 통곡했다.

“내가 이 말을 듣고 앉아서 울고 수일 동안 슬퍼하며 하늘의 하나님 앞에 금식하여 이르되 하늘의 하나님 여호와 크고 두려우신 하나님이여 주를 사랑하고 주의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 언약을 지키시며 긍휼을 베푸시는 주여 간구하나이다.”(느헤미야 1:4~5)

전정희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jhj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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