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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말문이 억, 막혀 안색이 변하는 ‘아연실색’



‘급한 일로 잠깐 집을 비운 사이 개구쟁이 아들 둘이서 거실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을 본 엄마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일제가 한국의 경제 발전에 일정 역할을 한 것도 사실 아니냐고 주장한 이가 교직에 있는 사람이라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아연실색(啞然失色)은 맞닥뜨린 뜻밖의 일에 놀라서 얼굴빛이 변한다는 말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몹시 당황해하는 것이지요. 아, 하고 말문이 막힌 채 낯빛이 하얗게 질린다는 뜻이겠습니다.

啞然은 매우 놀라거나 어이가 없어서 또는 기가 막혀서 입을 벌린 채 말을 못 하는 것을 이르는 말입니다. 어안이 벙벙하다는 뜻이지요. 啞는 청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을 이르는 ‘농아(聾啞)’에 들어 있는 글자로 말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것을 뜻합니다. 失色은 놀라 낯빛이 달라진다는 의미입니다. 色은 얼굴과 관련 있는 글자인데, ‘재색(才色)’은 여자의 재주와 고운 얼굴을 이르는 말이지요. 제자 자하(子夏)가 ‘효’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합니다. ‘色難(색난)’이라고. 자식이 늘 부드러운 낯빛으로 부모를 섬기는 건 매우 어렵다는 뜻이지요. 부모의 얼굴빛을 보고 그 뜻에 맞게 봉양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도 되겠습니다. 色이 안색을 뜻함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사리 분별이 되는 사람은 할 수 있는 말과 얼마든지 해도 되는 말, 할 수 없는 말과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을 구별할 줄 압니다. 그런데 요즘 황당한 말을 나불거려 공분(公憤)을 산 이들 때문에 啞然,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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