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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림의 명화로 여는 성경 묵상] 천지창조 셋째날을 그리다

1500년 작, 스페인 마드리드 미술관


전창림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작품 중 3단 제단화 형태의 작품들이 유독 많다. 아마 종교적 교훈을 담기에 적당했기 때문인 듯싶다. 이 작품은 보스의 대표작 ‘쾌락의 동산’ 제단화를 덮었을 때의 표지화다. 그림을 양쪽으로 펼치면 왼쪽 판과 오른쪽 판의 그림이 나오고 가운데 전체 넓이의 중앙판 그림이 나온다. 왼쪽 판은 에덴동산, 중앙 판은 쾌락의 동산, 오른쪽 판은 지옥이다. 하나님께서 에덴을 창조하셨는데, 인간들이 쾌락을 좇다가 지옥으로 가는 내용을 연속으로 보여주는 병풍 같은 그림이다.

보스가 그림을 그렸을 당시 유럽은 흑사병과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종말론이 횡행했다. 성모형제회의 일원으로 독실한 신자였던 보스는 글을 모르는 대중에게 신앙의 경고를 위해 그림을 그렸다.

제단화의 양쪽 판을 덮었을 때의 표지화인 이 그림은 천지창조 셋째 날의 광경이다. 하늘의 궁창(창공)이 짙은 구름으로 표현돼 있으며 둥근 구의 형태로 둘러싸고 있다. 보스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는 과정을 성경의 기록대로 충실히 나타냈다.

그림이 500년 전에 그려졌다는 것을 생각하면 과학적인 합리성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이 맨 처음 빛을 만드셨다는 것은 현대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에 비추어 보아도 합리적이다. 빛은 에너지이자 물질이다. 우주 전체의 에너지 총합은 불변이다. 에너지는 형태가 바뀌긴 하지만 새로 창조되거나 소멸되지는 않는다. 시작은 무에서 유가 창조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그러나 과학은 이에 대해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한다. 하나님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아무것도 없는 암흑에서 비로소 무엇인가를 창조하셨다. 그리고 물이 생겼고, 생명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림의 왼쪽 상단을 자세히 보면 조그만 형상이 보인다. 책을 들고 계신 하나님의 모습이다. 그리고 양쪽 그림판 상단에 “그가 말씀하시매 이루어졌으며 명령하시매 견고히 섰도다”(시 33:9)라는 글이 쓰여 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말씀으로 창조하셨다는 것을 아주 분명히 그렸다. 그런데 하나님이 시무룩한 표정을 하고 계시다(작은 사진). 아담의 배신으로 에덴동산을 닫으시고 그 후에도 인간 자손들이 총체적으로 타락하자, 하나님은 사람을 창조하신 일을 한탄하시고 근심하셨다.(창 6:6) 보스는 그것을 그려서 우리의 회개를 촉구했다.

지금 하나님께서 세상을, 아니 우리 교회들을 보신다면 더 낙담하시는 표정이 되지 않을까. 우리에게는 하나님께서 창조해 주신 아름다운 지구를 에덴처럼 회복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깨끗한 원래의 상태로 원래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하나님이 빛과 어둠을 나누사

하나님이 빛을 낮이라 부르시고 어둠을 밤이라 부르시니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첫째 날이니라

하나님이 이르시되 땅은 풀과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라 하시니 그대로 되어 땅이 풀과 각기 종류대로 씨 맺는 채소와 각기 종류대로 씨 가진 열매 맺는 나무를 내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저녁이 되고 아침이 되니 이는 셋째 날이니라.”(창 1:1~5, 11~13)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 1450경~1516) 네덜란드 출생이란 사실과 본명이 제롬 반 아켄(Jerome van Aken)이라는 것 외에 생애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매우 적다. 기괴한 세상을 묘사하는 데 탁월했던 그는 후대 초현실주의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대표작으로는 3단 제단화 ‘천지창조’ 안에 담긴 ‘쾌락의 동산’이 꼽힌다.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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