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기타

[내일을 열며-이영미] 남과 여, 가장 오래된 경쟁자들



남자는 여자보다 키가 8% 크고 체중은 20% 무겁다. 성인 여성의 키가 평균 160㎝라면 남성은 172~173㎝, 몸무게의 경우 여자가 58㎏이라면 남자는 대략 70㎏쯤 된다. 힘의 차이는 더 크다. 남자가 여자보다 힘이 배쯤 세다. 근력의 차이 때문이다. 남성은 몸무게에서 지방 비율이 15%, 여성은 27%쯤 된다. 상대적으로 하체 힘의 격차는 크지 않아서 남녀 차이가 4대 3 정도에 그친다. 나머지 능력 차는 10% 안쪽이다. 대부분 남성이 낫다. 남자는 여자보다 심폐기능은 4.3%, 민첩함에서는 10%쯤 앞선다.

여기까지는 발화점 이하 안전구역. 한발만 더 나가면 논쟁의 영역이다. 성인 여성은 남성보다 더 많이 울고 더 빈번하게 조울증에 시달린다. 남성의 뇌는 여성보다 크고(남성 머리가 더 크다), 좌우 뇌가 더 분화했다. 일부 학자들 주장으로는 수학자의 절대 다수가 남자인 이유다(참고로 수십년 연구 결과 수학 과목에서 남녀 학생의 의미 있는 점수 차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관계자의 2차 해석에 따르면 여성 IT 개발자가 드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여성의 경우 좌우 뇌를 잇는 뇌량이 남성에 비해 두껍다. 역시 일부 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여성이 남성보다 사회적 소통에 더 능하다고 주장한다(남녀의 사회성 차이는 학문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소통은 여성이 잘하는데 여성 리더가 드문,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반사회적 인격장애 같은 정신과적 질병은 남성에게 더 흔하고, 극악한 연쇄살인범의 대부분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다(힘이 부족한 여자 연쇄살인범은 독살을 선호한다는 주장이 있긴 하다). 남자는 여자보다 모험심이 강하고 스포츠 같은 외부 활동을 선호한다.

“남녀의 유전적 차이가 인간 남성과 침팬지 수컷의 차이보다 크다는 게 사실인가요?” 미국판 지식인 ‘쿼라’에는 이런 질문도 올라온다(유전적 수준에서 남녀의 차이는 0.9%로 인간과 침팬지의 4~5%보다 작다는 진지한 답변이 달려 있다). 이쯤 되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나 ‘말을 듣지 않는 남자 지도를 읽지 못하는 여자’류의 주장은 온건하게 들린다.

여자와 남자는 다르다. 불행히도 세상이 동의하는 건 딱 거기까지다.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다른가. 일흔 살 노인과 십대 청소년만큼 다른가. 아니면 월스트리트 뱅커와 뭄바이 빈민만큼 다른가. 무엇보다 왜 다른가. 유전자인가, 환경인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순간 지옥의 문이 열린다. 안쪽은 불타는 전장이다. 그곳에서는 오해 편견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쟁이 지금도 한창이다. 승자는 바뀐 적이 없지만.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페미니즘에 대한 20대 남녀의 인식 차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20대 여성의 절반 정도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여긴 반면, 같은 답변을 한 20대 남성은 10%대에 불과했다. 성별 차이가 너무 커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그런가.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이나 페미니스트 같은 단어 자체에 격렬한 반감을 갖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페미’가 욕이 된 시대에 놀랄 일도 아니다.

20대 남성의 항변을 들어보면 ‘남자와 여자가 공평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일반 명제로서의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것 같지는 않다. 반대에 가깝다. 20대 남성들은 페미니즘의 핵심 주장을 ‘토대로’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걸 페미니즘이라고 부르든 아니든.

이들은 남녀평등 시대라며 왜 남성을 역차별하고, 여성을 우대하느냐고 묻는다.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사고체계 속에서 나온 전혀 다른 질문이다. 20대의 어려움이 남성 역차별 때문인지, 우리 사회가 여성을 우대하는 건지 반문할 수 있다. 그래도 함께 설 출발지가 생겼다. 동등한 존재로서의 여성과 남성. 여기서 시작하면 된다. 이것도 변화라고 믿는다.

이영미 온라인뉴스부장 ymlee@kmib.co.kr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