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오피니언  >  칼럼  >  기타

[혜윰노트-마강래] ‘수도권 캐슬’의 대물림 끊어야



주변이 ‘SKY 캐슬’ 얘기로 가득하다. 부유층의 비뚤어진 욕망, 그 속에서 갈 데까지 간 우리의 교육 현실을 보여주었단다. 대한민국 교육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드라마 내용이 궁금했다. 주말을 잡아 정주행했다. 듣던 대로 드라마는 충격 그 자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과장된 극본이 불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청을 멈출 수 없었던 건 드라마가 더욱 공고해지는 계층 대물림의 현실을 너무나 잘 드러냈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을 향한 자본주의적 욕망의 끝을 확인하고픈 마음도 한몫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는 자신이 살던 때를 ‘불안과 위기의 시대’로 규정했다. 어렵지 않았던 때가 언제 있었을까만, 작금의 상황은 조금 더 심각한 듯하다. 뒤집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권력이 더 큰 권력을 낳고, 돈이 더 많은 돈을 재생산했다. 부자는 더 부자가 됐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졌다. ‘통제되지 않은’ 시장 경쟁의 결과다. 사회경제적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우리 국토공간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부자 지역은 더 강해졌고, 가난한 지역은 더 쪼그라들었다. ‘수도권 캐슬’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많은 돈과 권력을 거머쥐었다.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마태복음 25장 29절)에서 있는 자는 ‘수도권’, 없는 자는 지방의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이다. 이런 ‘공간적 마태효과’를 촉진했던 건 ‘시장의 힘’이다. 파이가 커지지 않는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제로섬 게임의 이전투구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인구는 상대적으로 더 기회가 많은 대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고학력에 아이디어가 풍부한 젊은이들이 주도해 왔다. 일자리도 이런 창조 인력을 쫓아 대도시로 이동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우리의 산업구조도 대도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바이오헬스 등의 신산업도 교통이 좋고 창조 인력 수급이 용이한 대도시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광역 교통망도 이런 일자리 집중 지역 중심으로 더 촘촘히 연결되고 있다. 이 모든 추세가 사람들로 하여금 대도시 내 교통의 결절점을 붐비게 하고 있다.

시장은 승자독식의 옳고 그름에 대한 가치를 판단하지 않는다. 그저 시스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조건, 즉 공간적 집적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진화할 뿐이다. 그 결과는? ‘집적되는 곳’과 그로 인해 ‘더 듬성해지는 곳’ 간의 격차 심화다. 도시학 분야에서 우리 국토의 미래 변화를 가늠하게 하는 세 권의 책이 있다.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와 엔리코 모레티의 ‘직업의 지리학’, 리처드 플로리다의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는 앞으로 대도시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공간적 격차가 확대될 것임을 역설하고 있다. 인재와 아이디어, 교육과 기술 등이 집적된 공간에서의 협업이 혁신을 만들고, 대도시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안타깝게도 시장은 낙오되는 지역의 아픔을 보듬지 못한다. 단군 이래 최대 격차를 목도하고 있는 지금,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대도시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앞서 언급한 세 권의 책에서 지적한 것처럼 일자리와 인재의 손실은 지리적으로 널리 퍼져 있지만 일자리 증가는 대체로 (혁신을 주도하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수도권은 인재와 자본을 계속 흡입할 것이고, 부를 확대재생산하며 대물림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공간적 격차를 증폭하는 시장 기제는 궁극적으로 지방의 희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수도권의 발전이 지방의 에너지를 흡수하며 진행되는 만큼 수도권만 비대화된 기형적 발전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대도시로의 집중 현상을 가속화하는 거대한 시장의 힘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시장의 힘에 반하는 균형발전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에 맞대응할 지방 대도시권을 키워야 한다. 대도시권에 집중 투자해 혁신의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공간적 격차의 대물림을 막을 수 있다. 지방에서 성공한 대도시권이 나와야 그 이익을 주변 지역과 나눌 수 있고 또 다른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공간적 격차를 치유하는 힘도 시장에 있다. 시장 흐름을 역이용하는 지방의 생존대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