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미분류  >  미분류

[시가 있는 휴일] 거리에서





문을 열고 나가니
안이다
그 문을 열고 나가니
다시 안이다
끊임없이 문을 열었으나
언제나 안이다
언제나 내게로 되돌아온다
문을 열고 나가니
내가 있다
내게서 나누어지는 물음들
나는 문이다
나를 열고 나가니
낭떠러지다
닿을 듯 말 듯 한 낭떠러지들
넋 나간 슬픔처럼 떠다닌다
나는 나를 잠그고
내가 싼 물음들을 주워 먹는다

김사이의 시집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고 한다’(창비) 중

1971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난 시인 김사이는 구로노동자문학회에서 시 공부를 하고 2002년 계간 ‘시평’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반성하다 그만둔 날’이 있다. 그는 새 시집에서 노동의 그늘과 여성들의 고통을 응시한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