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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남호철] 여행 그리고 음식



몸은 보고 듣는 것보다 직접 만져보고 맛본 것을 더 잘 기억한다. 그래서 음식은 여행의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음식 자체의 맛도 중요하지만 먹었던 장소, 함께했던 사람, 시간 등이 모두 포함되면서 의미는 더욱 커진다. 여기에 새로운 환경에서 처음 접한 음식을 취하는 것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을 더한다. 그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미식 여행을 가는 여행객도 늘고 있다. 현지 음식을 먹어보는 것은 해외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코스다.

지난해 말 한 조사가 관심을 모은다. 외국인들은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이색적인 한국 음식’으로 산낙지를 꼽았다. 한국관광공사가 페이스북, 웨이보 등 해외 SNS 회원 944명을 대상으로 ‘가장 먹어보고 싶은 이색 한식’을 설문한 결과다. 산낙지(26%)가 1위이고 그 뒤로 간장게장(14.6%), 순대(14.2%), 홍어(10.3%), 육회(7.7%), 청국장(6.7%)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많이 알려진 비빔밥, 불고기 등을 넘어 신기하고 낯선 한식에 관심이 쏠린 게 놀랍다.

한식이 한류를 타면서 예전보다 많이 알려졌지만 대다수 외국인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음식임에 틀림없다. 특히 한국인이 즐기는 날음식은 상당한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낯선 음식이지만 그만큼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외국인들이 낯선 음식에 도전하는 장면이 관심을 모았다. 외국인이 고향의 친구를 한국으로 초대해 관광하며 벌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그들이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산낙지와 홍어 맛에 놀라는 모습도 생생하게 담겼다.

국내를 여행할 때 접하게 되는 음식들은 지방마다 나름의 지역적 특색이 있다. 넓게 보면 한식이라는 같은 장르에 속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는 많이 다를 수밖에 없다. 지방 음식이 좀 특이해도 한국인의 입맛에는 어느 정도 맞는다. 하지만 외국에 나가면 많이 다르다. 이름부터 생소한 음식과 요리에 망설여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부 몬도가네식 음식을 제외하고는 외국의 음식이라고 해서 유별난 것은 없다. 누구나 흔히 접하는 고기와 각종 생선, 채소들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내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음식이다. 그럼에도 어떤 음식은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생소하다.

음식의 맛은 객관적 사실보다 주관적 감정이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어릴 적 어머니의 음식과 요리는 무결점, 신뢰, 웰빙 음식의 상징이다. 오래도록 단련되고 적응돼 온 맛이다. 외국의 생소한 음식도 마찬가지다. 비위에 맞지 않더라도 몸에 나쁠 것은 별로 없다.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냄새나 맛으로 낯선 음식에 대해 미리 선을 그어둘 필요는 없다.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 가운데 한 명은 꼭 필요한 물건으로 ‘먹을거리’를 선택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먹을거리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라면, 고추장, 김치 등이다. ‘다른 나라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 2명 중 1명이 여행 필수 아이템으로 ‘먹거리’를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에서 한국 식당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한국 입맛이 그리워서다. 하지만 대부분 현지화된 한국 음식이 오히려 생소할 때가 있다. 고향의 맛을 기대하며 찾은 한식당은 대부분 실망을 안겨준다. 더욱이 음식값마저 터무니없이 비싼 경우가 많다.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인 먹거리는 그 나라의 고유한 맛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외국에 가서 한식을 굳이 찾는 것보다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보는 것이 여행의 묘미일 듯싶다. 그 음식이 국내에 들어오면 대부분 한국 입맛에 맞춰 바뀌기 때문에 원래 음식 맛을 음미하는 게 쉽지 않다. 생소할수록 더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 그 맛은 거기에만 있으니까.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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