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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에서-전석운] 홈스쿨·대안학교의 번성… 공교육의 위기



지난해에도 5만여명의 청소년들이 학교를 중도에 그만뒀다. 저출산 기조로 학령인구는 해마다 줄어드는데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규모는 최근 몇 년간 그대로다. 학령기에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은 모두 36만명이다. 학교를 등지는 아이들이 줄지 않는 건 공교육의 심각한 위기다.

자퇴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지역은 경기도다. 지난해에만 1만5576명이 학교를 그만뒀다. 2017년(1만4330명)에 비해 1246명 늘었다. 경기도에서도 자퇴생이 많은 곳을 자치단체별로 살펴보면 용인(1980명) 성남(1737명) 고양(1447명) 수원(1426명) 순이다. 이들 지역엔 모두 자사고나 외국어고, 과학고 등 특목고가 있다. 부모들의 교육열과 소득 수준이 높은 곳에서 자퇴생들이 많이 나타난다는 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경기도 다음으로 자퇴생이 많은 곳은 서울이다. 지난해에 1만1546명이 자퇴했다. 서울에서 학업중단 청소년이 가장 많은 곳은 강남이다. 1319명이 학교를 떠났다. 송파(1227명) 서초(1157명)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합치면 3713명이다. 서울의 자퇴생 3명 중 1명은 강남에 살고 있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묘사하는 입시지옥을 떠올리게 하는 통계다. 강남구의 고교 자퇴생 중 절반 이상은 해외로 떠났다. 한국에서 대안을 찾지 못해 외국행을 택한 것이다.

인천(2388명)까지 포함한 수도권의 자퇴생은 2만9510명으로 전체 학업중단 학생의 59%에 달한다. 자퇴생 5명 중 3명이 수도권에서 발생했다. 수도권의 자퇴생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자퇴생의 증가는 소년범 증가로 이어진다. 최근 10년간 소년범은 해마다 7만~10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2015년엔 7만1035명으로 줄었으나 이듬해에 7만6000명으로 늘었다.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25%를 차지했다. 만일 모든 자퇴생이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간다면 교도소를 대거 지어야 한다. 전국의 교도소를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청소년들이 해마다 학교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전국 교도소에 수용된 재소자들은 기결수와 미결수를 합쳐 5만7000여명이었다.

물론 학교를 그만둔다고 해서 모두 위기청소년은 아니다. 자퇴생 중 절반은 홈스쿨이나 대안학교 등을 통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성남에서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자퇴한 H양은 2년간 홈스쿨을 거쳐 연세대에 진학했다. 온라인으로 미국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했고, 토플과 SAT에서 고득점을 받았다. 유네스코에서 일하겠다는 꿈을 꾸면서 소외계층 아이들을 위한 멘토링에 참여하는 등 봉사활동을 꾸준히 한 것이 입학사정관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다. H양이 학교를 그만둔 건 학교가 따분했기 때문이다. 주재원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다 귀국해서 편입한 학교에서는 친구를 사귀기도 어려웠다.

미국의 명문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여성 K씨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마친 뒤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했다. 그리고 미국 고등학교 과정을 홈스쿨로 마쳤다.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일본어, 중국어 등 6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를 가르친 건 홈스쿨에서 만난 강사들이었다.

분당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I군은 부모의 권유로 미인가 대안학교에서 공부했다. I군이 초등학교 다닐 때는 교사로부터 산만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대안학교에서는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I군과 부모 모두 대안학교 선택을 만족스러워했다. 분당에서도 꽤 인기가 높은 이 대안학교는 그러나 교육청이 인정하지 않는 교과과정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미인가 학교로 분류되고 있다. 교육청의 간섭을 받지 않고 교과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하는 미인가 대안학교는 전국에 500~600개 정도라는 게 교육부의 추정이다. 교육부는 미인가 대안학교 재학생들을 학교 밖 청소년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홈스쿨과 미인가 대안학교의 번성은 교육부와 공교육이 반성할 일이다. 관료적이고 획일화된 대부분의 공립학교들이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다양성, 창의성을 길러주기에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전석운 뉴프로젝트전략팀장 겸 논설위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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