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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예쁘다구요?… 출판 기획단계부터 어떤 그릇에 담아 내놓을지 고민하죠”

최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알마 사무실에서 만난 안지미 대표. 2006년 6월 문학동네 계열사로 출발해 2013년 8월 독립한 알마는 직원과 저자가 지분을 나눠 갖는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김지훈 기자


출판사 알마는 최근 온라인에 북디자이너를 모집하는 글을 올렸는데 공고문엔 이런 문구가 실려 있었다. “알마는 장르의 경계를 넘어 분야를 막론하고 아름다운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단단하고도 사려 깊은 텍스트를 아름답고도 고유한 물성이 깃든 책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독자의 시선과 촉감과 마음을 사로잡는 책, 그리하여 오랜 세월 세상 곳곳을 전유하는 책을 만들고 싶습니다.”

알마에서 내놓는 책들을 아는 독자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만한 공고였다. 출판계에서 알마의 책들은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지나 책의 만듦새가 화려하다는 뜻이 아니다. 그윽한 기품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알마의 책들은 언젠가부터 독서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알마의 북디자인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안지미(49) 대표다. 그는 지난연말 한국출판인회의가 수여하는 ‘2018 올해의 출판인’에서 디자인 부문을 수상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알마 사무실에서 만난 안 대표는 알마의 책들이 예쁘다는 말에 열없는 미소부터 지었다. 그러면서 그는 “단단한 책을 만들고 싶다”고 거듭 말했다. 안 대표가 말하는 “단단한 책”이란 무슨 의미일까.

“본질에 충실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어요. 서점에 가면 알록달록 예쁜 책은 많지만 저는 ‘과한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선이 굵은 디자인, 동시에 디테일이 살아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선지 알마의 책에서 남성미가 느껴진다는 말도 듣곤 하죠.”

안 대표는 중견 출판사 대표 중에선 흔치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20년 넘게 북디자이너로 활동한 베테랑 디자이너 출신이다. 정병규디자인 솔출판사 문학동네 등에서 일했다. 알마 대표에 취임한 건 2015년 12월. 그는 “책을 만든다는 건 정말 재미있는 일”이라며 “대표가 된 뒤로는 기획 단계부터 책에 담긴 내용을 어떤 그릇에 담아서 내놓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령 요즘 알마에서는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벌써 어떻게 책을 꾸밀지 디자인의 ‘큰 그림’은 결정해놓은 상태예요. 대표가 이런 식으로 일하니 편집자들 입장에선 피곤할 수도 있겠죠(웃음). 원고를 아직 다 읽지도 못한 상황에서 디자인까지 생각해야 하니까요.”

안 대표는 “디자인과 편집은 씨실과 날실 같은 것”이라며 “두 작업이 교차하면서 책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알마의 책들 가운데 좋은 디자인이라고 자평하는 작품은 무엇일까. 안 대표는 식물학자 호프 자런의 에세이 ‘랩걸’, 소설 ‘사탄탱고’ 등을 꼽았다.

“디자이너나 미술작가나 건축가 같은 ‘프로’들이 저희 책의 디자인을 칭찬해줄 때 기분이 좋아요. ‘알마 책은 정말 단단해 보여요’ ‘품격이 느껴져요’ 같은 말들을 듣고 싶습니다. 요즘엔 독자들도 저희 책의 아름다움을 서서히 알아주는 것 같아요. 알마의 책을 아껴주는 독자가 꾸준히 늘어난다면, 저희가 하는 작업이 굉장히 의미 있는 행보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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