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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법] 사람 사는 법은 다 똑같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많은 나라의 수도 변호사회와 교류하고 있다. 각국 법조계의 현황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중요한 법률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과 정보 교류가 이루어진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교류하는 외국 변호사회가 도쿄, 베이징에 한정되었으나 이제는 뉴욕, 바르셀로나, 밀라노,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각국의 경제 중심지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하노이에서 베트남법률가협회와의 정례 교류회의가 열렸다. 베트남법률가협회는 약 40000명의 판사, 검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해 당적조차 가질 수 없는 서울지방변호사회장과 달리 베트남법률가협회장은 현직 국회의원이다. 베트남법률가협회와는 2006년 6월 서울에서 제1회, 같은 해 11월 하노이에서 제2회 교류회의를 했다. 두 차례의 교류회의에 필자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재무이사로 참석했다. 당시에는 제일 막내 변호사였는데, 12년이 지난 지금 회장이 돼 제11회 교류회의에 참석하니 감개가 무량하다.

더욱 감회가 새로운 것은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기 때문이다. 2016년 하노이 방문 시 ‘타오’와 ‘즈엉’이라는 국립하노이외국어대 한국어과 여학생 두 명이 통역을 담당했다. 변호사회 간의 교류회는 어려운 법률용어가 많아 일반 통역보다는 몇 배나 힘들다고 한다. 타오와 즈엉은 국어사전을 찾아보고, 어려운 법률용어는 필자에게 물어보면서 최선을 다했다. 많은 방문단 중 필자에게 집중적으로 물어본 이유는 아마 다른 일행은 나이가 지긋한 중견 변호사들이었는데, 막내삼촌뻘 나이인 필자가 제일 부담 없었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타오·쯔엉과 친하게 지냈다. 일정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아쉬움을 얼굴 가득 담은 채 울먹이는 두 사람에게 한국으로 유학 올 것을 권했다. 놀랍게도 두 사람 모두 한국으로 유학 와서 이화여대와 서울대에서 석사, 박사를 마쳤고 한 명은 서울에서, 한 명은 하노이에서 교수를 하고 있다.

필자는 고시공부를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를 경험했다. 그래서 머나먼 타국에서 힘든 공부를 하는 두 사람을 위로해주고자 했다. 재정보증도 서 주고, 시간을 내서 식사도 하고, 책도 사줬다. 대학생으로 만났던 두 사람은 이제 모두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타오는 작년 베트남법률가협회의 방한 교류회 당시에, 하노이에 사는 즈엉은 이번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베트남 방문 교류회에서 기꺼이 통역을 맡아 수고해 주었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인연이란 없다. 처음에는 우연히 스치듯 지나는 인연으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인연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다. 인연에는 인종, 종교, 남녀, 국가라는 장벽이 없다. 피부색이나 국가의 경제력으로 외국인의 등급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문화의 낯섦 정도 차이일 뿐이다. 마음을 열고 소통하면 서로가 좋은 인연이 된다. 사람 사는 법은 세상 어디나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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