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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심연옥] 삶의 질 위한 유전자 정보



흔히 유전자 검사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친자 여부를 확인하거나 범인의 신원 확인을 위한 DNA 감식 등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유전자를 활용한 질병 예방과 치료에 관한 연구 성과에 따라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 2016년 DTC 유전자 검사(Direct To Consumer), 즉 병원을 통하지 않고 유전자 분석 업체에 소비자가 직접 검사를 의뢰하는 방식을 허용했다.

DTC 유전자 검사는 소비자의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유전자, 말하자면 건강, 피부미용, 모발 등 보건복지부가 정한 12가지 항목(체질량지수, 중성지방 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카페인 대사 색소침착, 피부 노화, 피부 탄력, 비타민C 농도. 탈모, 모발 굵기)의 40여개 유전자를 분석한다. 검사는 타액이나 구강 점막상피세포를 면봉 등으로 채취하는 간단한 방식이다. 10만원대 비용으로도 검사가 가능하다. 또한 같은 항목에 대해서는 평생 한 번만 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뷰티 및 웰니스, 건강산업에서 관련 서비스가 늘고 있는 추세다. 예컨대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해 개인의 피부 타입에 맞는 화장품을 제공하고 식단을 관리하며, 부족한 비타민을 추천해주는가 하면 개인별 맞춤 운동 프로그램을 영상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퍼스널트레이닝 서비스도 등장했다.

외국의 경우 유전자 검사 관련 산업 발전 속도가 더욱 빠른데, 세계적 식품회사인 N사의 경우 유전자 검사에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해 개인 맞춤형 식단과 부족한 영양소 보충, 개인 맞춤 차와 과자까지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건강 증진을 위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 이용료가 600달러에 이르지만 10만여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한다. 편의점에서도 검사 키트를 판매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는 미국은 최근 식품의약국(FDA)에서 유방암,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에 대한 DTC 유전자 검사를 승인했다. 집에서도 질병에 관한 자신의 유전자 변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 DTC 검사 업체인 23&me 역시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건강보조식품 추천, 운동 설계, 스트레스 관리 등 라이프스타일 코칭뿐 아니라 질병 위험 유전체 분석 항목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개인 맞춤 건강관리를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두 가지 사안이 있다. 첫째, 늘어나는 유전자 맞춤 서비스에는 정확한 유전자 검사뿐만 아니라 검사 결과를 활용한 컨설팅과 컨설턴트도 중요하다. 양질의 검사 결과 보고서와 함께 현재의 건강 상태, 생활환경과 습관에 의해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예방 차원의 건강관리 방법을 추천하는 데 필수적인 유전자에 대한 기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유전자 맞춤 컨설턴트가 양성돼야 한다. 둘째, 많은 질병 관련 유전자들이 밝혀져 공개됐고 우리의 유전자 검사 및 분석 기술, 치료 기술 수준이 선진국과 맞먹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규제로 인해 DTC 유전자 검사 항목에 대다수의 질병은 포함돼 있지 않다. 자신의 유전적 소인을 알게 된다면 특정 질병 예방을 위해 적극 대처를 할 수 있다.

“제일 값싼 의학은 예방의학”이라는 말이 있다. 인체의 설계도를 들여다보는 유전자 검사는 점점 낮은 비용으로 가능해지고 있지만 치료비용은 점점 높아지는 현재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 산업계가 의견을 조율해 미국에서도 허용한 수준의 웰니스 관련 유전자, 치매, 일부 가족성 암 등의 항목을 허용해야 한다.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해 운동과 식생활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간다면 질병의 사전 예방으로 개인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또 우리나라가 세계적 흐름에서도 도태되지 않을 것이다. 유전자 검사 활용은 개인 삶의 질을 더욱 높이고 건강 증진이라는 공공의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심연옥 한국유전자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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