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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에서] 튀려다 고꾸라진다



대중은 익숙한 것에 둔감하고, 새롭고 이색적인 것에 민감하다.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되는 것처럼. 그러나 사람이 개를 무는 사례가 몇 차례 반복되면 대중은 금세 식상한다. 대중의 관심을 계속 잡으려면 더 자극적이고 이전과는 다른 뭔가가 있어야 한다.

시나브로 SNS가 엽기의 경연장화되고 있다. 말은 더 거칠어지고, 셀카는 더 무모해졌다. 특히 셀카의 경우 남들보다 튀어야 한다는 압박감에 보다 자극적인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목숨을 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것이 돈과 유명세와 결합되면서 ‘튀어야 사는 족(族)’이 급증하고 있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관심만 끌면 그뿐이다. 급속한 정보화가 가져온 부작용의 하나다.

얼마 전 ‘강한나’라는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방송인이라는데 일본 요미우리TV에 출연해 “한국 연예인 100명 중 99명이 성형을 한다”고 말해 국내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강한나를 대한민국에서 추방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을 정도다. 이 소동으로 동명이인 영화배우 강한나가 곤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덕분에 한꺼번에 방송인 강한나와 배우 강한나를 알게 됐으니 어쨌든 강한나는 자신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강한나의 사례는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이다. 구설에 휘말림으로써 그는 한때나마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됐다. 정치인들이 이 좋은 홍보수단을 못 본 척할 리 없다. 부고만 빼고 대중에게 회자되기만 하면 “좋아라” 하는 그들 아닌가. 특히 무명이거나 지명도가 낮은 정치인에겐 아주 강한 유혹으로 다가올 듯하다.

요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여성 정치인 3인방이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강연재 자유한국당 법무특보,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다. 이들은 연일 문재인정부를 향해 거친 입담을 퍼붓고 있다.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자유롭지 못하다. 왕정시대에도 아무도 없는 곳에선 임금님 흉을 봤다는데 하물며 민주주의 시대에 대통령 흉보는 게 뭐 그리 큰일은 아니다. 경제정책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 하고 대통령 비판이 쏟아지는 지금이다.

더불어민주당에 몸담다 말을 갈아탄 이언주 의원의 ‘도발’은 다분히 정략적이다. 다음 총선에서 광명 출마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의 부산 지역구를 물려받기 위해 강경보수 코스프레를 하는 거라는 분석이다. 보수색이 강한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에선 그가 결국 한국당에 입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대통령 문재인 파면’ 운운한 강연재 특보의 SNS 글은 뜬금없다. 그 내용에 공감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애초 ‘관종’되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 목표는 이뤘다. ‘문재인 파면’ 얘기를 했으니 다음은 ‘문재인 구속’ 차례인가.

사실과 합리적 논리를 결여한 일방적 주장은 공허하다. 당장은 속 시원할지 몰라도 언젠간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돼 있다. 노이즈 마케팅을 설명한 사전의 결론을 보자. “얼마간은 소비자들의 관심이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속적으로 반복할 경우 최소한의 신뢰마저 얻지 못하고 소비자들의 불신만 조장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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