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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백 칼럼] 올겨울 미세먼지 습격은 어찌하나



한국 화석연료 의존도 높아 미세먼지 감축 강화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상황
환경적 보완책 없는 유류세 인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촉진시켜 오히려 역행


몇 해 전부터 미세먼지가 우리의 생활 속 공포로 다가왔다. 지역에 따라 정도 차는 있지만 그 광범위한 영향과 폐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산업화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활용하고 대기오염 물질들을 무분별하게 쏟아낸 결과다.

지난 15일 초가을 날씨인데도 이례적으로 한반도에 미세먼지 ‘나쁨’ 상태가 예보됐다. 보통 11월부터 이듬해 2∼3월까지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지만 올해는 좀더 일찍 공기 질이 나빠지는 걸 경험했다. 하루 중 오전까지는 주로 국내 오염물질이, 오후부터는 중국발 오염물질이 미세먼지 농도를 높인 것으로 관측됐다. 한국의 미세먼지 악화 원인이 중국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 연소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석탄 화력발전 비율은 약 45%로 전체 에너지원 중 1위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약 1억8000만t으로 국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6%를 차지한다. 국내 미세먼지 원인 물질 중 석탄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매연이 14%로 가장 많다. 이 매연에는 이산화탄소(CO2)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이 포함돼 있다. 국가별 석탄 화력발전소 순위는 중국이 약 96만㎿로 1위, 한국은 3만8000㎿로 8위다. 국토 면적을 고려하면 한국은 중국보다 4배 가까이 석탄을 더 사용한다.

대기 중 먼지 입자의 지름이 10㎛ 미만이면 미세먼지(PM10),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40분의 1 정도인 2.5㎛ 미만이면 초미세먼지(PM2.5)로 구분한다. 미국 환경보건단체 보건영향연구소(HEI)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29㎍(마이크로그램)/㎥로 세계보건기구(WHO) 권장 기준 10㎍/㎥의 3배나 된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최근 영국 런던 퀸메리대 연구팀은 임산부의 태반에서 초미세먼지 일종인 미세탄소입자를 발견했다고 보고해 충격을 줬다. 임산부의 호흡을 통한 초미세먼지가 혈류를 타고 태반에까지 이르고 태아의 신체 발달은 물론 삶 전체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오염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연간 10조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OECD는 회원국 중 한국이 가장 나쁜 대기오염 수준을 갖고 있어 2060년이 되면 회원국 중 조기 사망률이 가장 높고 경제적 피해도 가장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도 미세먼지를 포함한 대기 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2016년 미세먼지 특별대책과 지난해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오는 2022년까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 줄이기 위해 대기오염 배출 허용 기준을 대폭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 미세먼지 개선 효과는 아직 뚜렷하지 않고 전망도 어둡다. 중국과 한국의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대기 질 관리가 소홀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미국과의 무역갈등으로 경제성장 둔화를 겪자 베이징올림픽 전후부터 유지해온 석탄 사용 규제를 느슨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도 내수 부진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와 서민의 부담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다음달 6일부터 6개월간 유류세 인하를 시행한다.

유류세 인하는 한시적이지만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환경세 관련한 세제 개편이나 대기 질 개선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다. 환경부의 ‘2017 환경 백서’에는 미세먼지 배출 기여도가 사업장(41%) 건설기계(17%) 발전소(14%) 경유차(11%) 비산먼지(6%) 순으로 파악됐다. 수도권의 경우 자동차가 많아 미세먼지 주범이 경유차로 지목되고 있다. 보다 낮은 가격에 유류 사용을 촉진하는 것은 ‘탈석탄’이라는 세계적 흐름과도 배치된다. 지난봄 미세먼지에 혼쭐난 정부는 마치 다른 나라 정부인 것처럼 느껴진다. 환경적 방안 없이 경제적 대책만을 내놓은 걸 보면 부처 간 조율은 정밀하지 않아 보인다. 미세먼지 감축 문제는 부처 간 손발을 긴밀히 맞춰야 하는데 이래서야 어떤 미세먼지 대책을 만들 수 있고 목적한 효과를 낼 수 있겠는가. 당장 먹고살기에 급급하다는 이유를 내세워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소홀히 한다면 환경정책 실효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유류세 인하 기간은 난방이 집중되는 겨울철과 봄철인 만큼 미세먼지 상태 악화가 불 보듯하다. 올겨울 국민들은 미세먼지에 얼마나 시달려야 하고 나중에 호흡기질환자나 사망자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얼마나 증가할지 걱정스럽다.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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