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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영춘] 앨버트로스의 눈물 닦아줘야



영국 BBC방송에서 제작한 해양 다큐멘터리 ‘블루 플래닛(Blue Planet) Ⅰ, Ⅱ’ 시리즈는 수백억원이 넘는 제작비와 해양학자, 탐험가 등 수많은 전문인력이 투입된 대작이다. 심해 촬영을 위해 남극 1000m 깊이의 바다부터 지구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구’까지 1000시간 이상을 탐사했다고 하니 프로듀서를 비롯한 BBC 제작진의 열정과 집념이 경이롭다. 블루 플래닛을 시청하면서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장면은 남대서양의 사우스조지아섬에서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착각해 새끼를 죽게 만든 바닷새 앨버트로스(Albatross)의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앨버트로스는 바다 위에서 수십일 장거리 비행이 가능할 정도로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음에도 우리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때문에 이제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바다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남극에서조차 발견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와 대규모 연안 개발에 따른 서식지 파괴로 우리 바다에 자생해 온 푸른바다거북의 산란지가 줄어들고 있고 이제는 보기조차 힘들게 되었다. 이렇듯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해양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해양보호구역’의 확대가 대안일 수밖에 없다.

해양보호구역이란 해양생물다양성이 풍부해 보전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해역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2010년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생물다양성 협약에서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바다 면적의 10%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아이치 목표(Aichi Target)’가 채택됐다. 도전적인 목표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해양보호구역은 2000년대에 비해 약 10배나 늘어났다. 세계 바다의 7.3%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보호구역은 해양생물보호구역, 습지보호지역, 해상국립공원 등 다양한 명칭으로 관리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2%대에 불과해 국제적 목표치인 10%에는 한참 모자란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9월 초 서울 면적의 2배에 해당하는 ‘서남해안 갯벌’을 해양보호구역으로 확대·지정했다. 이로써 전국 갯벌의 57%를 보호구역으로 관리하게 됐지만 앞으로 우리 해양보호구역 정책이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지역주민 스스로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희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호주 대보초(Great Barrier Reef) 해역의 경우 2000㎞ 이상의 산호초 해역이 잘 보존된 해양보호구역이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곳으로,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클링과 같은 해양레포츠로 수많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해안의 바덴해(Wadden Sea) 갯벌 역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연간 8조원의 관광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다행히 우리도 생태관광지로 거듭나 한 해 500만명 이상이 찾아오는 순천만 갯벌처럼 해양보호구역의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우리의 해양보호구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재 추진 중인 서남해안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겠다. 이를 통해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히는 우리 갯벌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인 생태관광명소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다.

바다가 무너지면 인류도 생존할 수 없다. 블루 플래닛 제작진이 밝혔듯이 바다는 지금 인간에게 혹사당하고 있다. 해양보호구역 확대는 이제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미래세대를 위한 마지막 처방으로, 그것이 인간과 바다가 다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 마지막 희망이 지금도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오인해 먹고 있을 앨버트로스의 눈물을 닦아줌으로써 수천㎞의 대양을 유유히 비행하는 특유의 강인한 생명력을 다시금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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