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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조윤석] 북극 빙하가 다 녹아 없어지면



그토록 기다리던 선선함이 돌아왔다. 올여름 내내 혼미했던 정신이 이제 좀 돌아오고 있다. 올여름이 덥긴 더웠다. 지난 2만년 동안 한 번도 녹아 본 적 없는 북극의 빙하가, 절대로 안 녹을 줄 알았다는 최후의 빙하가 녹아버렸다니 덥긴 더웠나 보다. 2030년이면 북극에 얼음이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여름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예견한 바이긴 하나 막상 2030년이라는 그리 멀지 않은 특정 연도까지 거론되니 놀라움을 넘어 약간 두렵다. 기후학자들은 북극 빙하가 사라지는 시점을 지난 10년간 계속 발표해 왔는데, 처음에는 금세기 이내라고 했다가 2070년, 2050년, 그리고 이번엔 2030년으로 2년마다 예측을 앞당겨 왔다. 다음 2년 후인 2020년에는 “죄송하지만 다 녹아버렸습니다”라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북극의 빙하가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북극의 찬 공기와 남쪽의 따뜻한 공기를 나누는 에어커튼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약해진다. 북극의 찬 공기가 넘어올 때는 모스크바보다 서울이 더 추운데 그런 날이 늘어난다. 둘째, 시베리아 한랭 고기압이 발달하지 못해 북서계절풍이 약해지고 한반도 상공은 대기 정체가 심해진다.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 발생한 먼지가 확산되지 못하고 중국에서 넘어온 먼지와 함께 머물며 미세먼지 농도가 더욱 높아진다.

셋째, 대기 온도가 올라가 대기는 더욱 건조해지고 산불과 화재가 더 자주 일어난다. 지구적으로는 매년 우리나라보다 2만㎢ 큰 면적이 건조화로 인해 사막이 된다. 사막화가 일어나는 지역은 사회 갈등이 심해지다 내전이 일어나고 대량 난민 사태가 초래된다. 넷째, 빙하는 내륙에도 있다. 특히 히말라야 산맥 위에는 극지방 다음으로 큰 빙하가 있다. 히말라야 빙하는 아시아 7대 강의 발원지다. 히말라야 빙하가 사라진다면 인도의 갠지스강 인더스강 브라마푸트라강, 인도차이나 반도로 향하는 살윈강과 메콩강, 중국으로 향하는 양쯔강과 황하 유역에 거주하는 수십억의 주민들은 난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대기 온도가 높아져 비의 양보다 대지에서 증발하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비가 오지 않는 기간이 길어진다. 대기 중으로 증발한 수증기는 더운 공기 중에 더 오래 머물다가 한번에 몰아서 비로 내리기 때문에 가뭄과 폭우를 반복하게 된다. 여섯째, 여름 끝 무렵에는 높아진 해수 표면의 온도가 27도를 넘어 강한 엘니뇨가 발생하고 바닷물이 순환하며 더 강한 라니냐를 일으킨다. 태풍과 폭우를 동반하는 이 현상은 점점 더 강하게 더 자주 반복된다.

일곱째, 바다의 염분 농도가 낮아져 대양 대순환 운동이 중단된다. 멕시코 난류 덕에 따뜻한 기후를 유지하던 영국과 서유럽은 지금보다 훨씬 더 추워지고 더워진 바닷물은 부피가 늘어나 해수면이 높아진다. 작은 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의 3분의 1은 해안에서 100㎞ 이내에서 살고 있다. 여덟째,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 바닷물에 녹아 있던 산소량이 줄면서 빈(貧)산소 수괴(용존산소 농도가 ℓ당 3㎎ 이하인 바닷물 덩이)가 만들어진다. 빈산소 수괴가 형성된 해역은 산소 부족으로 서식생물들이 질식사하고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황화수소가스 등이 발생한다. 황화수소로 오염된 바다는 어떤 해양생물도 살 수 없는 지옥의 바다로 변해 버린다.

아홉째,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면 시베리아 영구 동토층에 묶여 있던, 지구를 덥히는 능력이 이산화탄소보다 20배 이상 큰 메탄가스가 방출되어 온난화가 가속되고 마침내 북극 해저의 메탄가스가 방출된다. 바닷물 온도가 오르고 더 깊은 곳의 메탄이 방출되는 현상이 반복되다 대기 중의 메탄 함량이 5%가 되면 번개나 작은 불똥에도 불이 붙어 지구는 불덩이가 된다. 대기 중에 산소가 사라질 때까지 수십년간 타고 나면 화성과 같은 별이 된다. 그러고 보니 잘하면 나는 살아 있는 동안 지구가 화성이 되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윤석 십년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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