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잘 헤어지는 것



직원이 둘인 작은 병원에서 2년간 열심히 일해주신 직원께서 이제 그만둔다고 한다.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운 뒤에 병원 일을 시작해서, 자격증을 딴 후 이곳이 첫 직장이었다. 내가 ‘어른이 처음이라서 그래’라는 책을 쓰는데 있어서도 큰 영감을 주신 분이다. 원래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발전을 멈추지 않아 늘 공부했고, 기계적으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늘 정성으로 고객들을 대했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나도 많이 놀랐고 늘 배웠다.

떠나는 것은 아쉽고 내가 무엇을 서운하게 했을까 별 생각을 다 했다. 그러나 나도 예전에 직장을 옮길 때는 내 인생의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그 계획을 고용주에게 상의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으니, 입장을 바꾸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직장보다는 내 삶과 내 미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현재에 충실한 것과는 별개로, 그 어떤 직장보다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원칙대로 한 달 남겨놓고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새로운 직원을 알아볼 시간을 주었고 퇴직금 등을 마련할 여유도 주었으니. 자영업으로 스트레스 받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날 직원이 갑자기 출근을 하지 않아 놓고는 며칠 후 월급을 주지 않느냐고 신고한다는 문자를 보낸다거나, 인수인계를 이상하게 해놓고 연락을 받지 않는 등의 일이 비일비재하다.

자영업자보다 근로자가 훨씬 많다 보니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정책은 별로 인기가 없는 것일까.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고 사실 나도 근로자 입장일 때는 몰랐던 부분이다. 일자리 안정자금과 같은 지원도 중요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갑작스러운 인력 공백이나 노동법을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힘든 자영업자를 보호하는 장치도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남들이 겪는 일들을 아직 겪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떠나는 것은 아쉽다. 잘 헤어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직원께 고맙다. 이제 내 마음만 잘 정리하면 된다.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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