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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양기호] 한·일은 서로 마주 보아야



일본 외무성이 북한 문제를 전담하는 북동아시아 2과를 신설했다. 한국과 북한 각각 1과씩 설치한 셈이다. 외무성에 중국담당 1과, 2과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유별난 대응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파워게임에 직접 뛰어들 수 없는 일본은 초조해하고 있다. 일본이 대북정보 수집에 열광하고, 북·일관계 개선과 납치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북·일 정상회담으로 사학스캔들을 벗어나 9월 20일 자민당 총재 3선을 노리는 아베정권의 속내가 엿보인다.

그 덕택에 한·일관계는 위안부, 독도문제가 별로 쟁점화되지 않는 평화로운(?) 시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9일 위안부문제로 한·일 정상이 입장차를 확인한 이래 일본은 외교협상에서 전혀 위안부 문제 제기를 하지 않고 있다. 5월 초 한국 정부가 부산총영사관 앞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를 막았고, 5월 9일 한·중·일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한·일관계는 약간 부드러워졌다. 일본 정부는 북한에 연일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일본이 위안부보다 북한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 국민이나 정부에게 일본은 그다지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외국지도자 호감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보다 2배나 높다. 동아시아연구원·한국고등교육재단과 일본 겐론(言論)NPO 조사도 일본인에 대한 호감도는 28.3%인 반면 좋지 않다는 의견은 70%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에서 일본은 우선순위가 낮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집중하다보니 한·일관계 개선에 매진할 틈이 없었다. 대일정책은 위안부대책 발표로 큰 고비를 넘겼지만, 뚜렷한 대일정책도, 비전도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 올해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이 무색할 정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8년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라는 위대한 지도자의 지혜와 비전이 담겨 있고, 오늘날에도 유효한 ‘시대적 요청’이라고 극찬했다. 미래지향의 한·일관계를 구축한 공동선언의 재평가에 100% 동감한다. 투 트랙이 공동선언의 정신을 구현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한·일관계의 현실은 여전히 역사와 영토 면에서 대일 원칙외교를, 정치·경제·안보면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아베 총리에게 회담 결과를 설명하는 등 한국은 일본과의 공감대 형성에 정성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일 양국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핵심적 우방이다. 중국의 해양진출과 대국굴기 견제, 튼튼한 안보협력, 대북 경제지원을 통한 진정한 북한체제 보장은 한·일 양국이 협력해야 겨우 헤쳐 나갈 수 있는 것들이다.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해 한·일관계의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있는가. 한반도 비핵화의 수준과 단계를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고 중단거리 미사일과 납치문제 공감대 형성을 통한 양국 간 전략적 이익의 공유가 가능한가. 양국 간 상호이해를 심화시켜 반일과 혐한의 악순환을 중단시키고 문화교류와 지자체 협력을 한층 강화해 국민교류를 확대시킬 수 있는가. 이것들은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 20주년을 음미하는 중요한 잣대다.

2019년 상반기는 3·1독립운동 100주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한·일관계의 극적인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 11월 집권 하반기에 접어든 문재인정부는 점차 레임덕 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이한 올해 상반기에 양국이 냉각된 관계에서 벗어나 신뢰 회복과 전략적 이익공유를, 하반기에 역사화해를 강력히 추진할 최적의 시기라고 하겠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마주 보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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