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교회주도형 공공보육을 제안한다



“지금까지의 저출산 대책들은 실패했다, 충분하지 못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대통령은 정직했다. 에둘러 말하지도 않았다. 대통령의 말이 아니라도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실패한 게 맞다. 출산 축하금 몇 푼 준다고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을. 출산휴가가 는다고 해서 그 휴가를 얻기 위해 아이를 낳지도 않는다. 국민은 영리하다. 선심성 정책은 감동을 못 준다. 감동이 없으니 움직일 리 없다. 구호도 아니다.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은 2026년이 되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다. 2031년이 되면 한국 총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이미 많은 경고가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고 모른 척 했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여겼다. 국가의 근간을 흔든다는 이야기도 물 건너 불구경이었다.

답은 간단했다. 출산이 아닌 보육이었다. 맞벌이가구 자녀들이 ‘학원 뺑뺑이’로 내몰리고 있다. 저학년 자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는 엄마들은 1만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악한 방과후 돌봄 제도가 젊은 엄마들을 경단녀(경력단절여성)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최근 5년 이내 한 해 평균 퇴사자가 8000명 수준으로 보도됐다. 이러니 누가 기저귀 몇 장 더 나눠준다고 아이를 출산하려 하겠는가.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위원회가 이를 간파했다는 점이다. ‘보육공공성 강화’가 바로 그것이다. 위원회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돌봄 절벽’ 문제 해소를 위해선 초등 돌봄과 방과후학교 연계를 강화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업하는 돌봄 모델 마련과 확산을 위한 논의도 이어갈 방침임을 밝혔다. 이와 관련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국민청원을 내 놓았다. 그 요지가 이렇다.

“취학 전 영유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바란다. 하지만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정부는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가 어렵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든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한다.”

이 점에 있어서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춘 공공시설이 있다면 그것은 단연 교회라 할 수 있다. 교회는 주일 외엔 많은 시설이 유휴공간으로 남는다. 공공재로서 교회시설을 사회봉사의 터전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이것이 진정한 세상을 구원하는 일이고 선교적 교회가 되는 일이 아닐까. 교회의 기능은 단순한 공간제공을 넘어선 인력수급과 사회 신경망 구실까지 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수년 전 강준만 교수는 정당정치와 관련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이 제안한 ‘교회 모델’ 즉, ‘서비스 모델’을 꺼낸 일이 있다.

“저는 결혼식, 장례식 때 교회만큼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본 적이 없어요. 신도나 그 가족이 아프면 교인들이 와서 간병까지 해줘요. 친척보다 더 낫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지금은 사라진 한국의 대가족제를 유지합니다. 오늘 태어난 아이부터 내일 돌아가실 분까지 하나의 가족입니다. 실제로 서로를 ‘형제’ ‘자매’라고 부릅니다. 정서적 유대감이 큽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는 아예 집을 한 채 구해서 상설 노인정을 운영합니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도 많습니다.”

이제 정부주도형의 출산 장려운동이 아닌 교회가 나서 국가의 짐을 덜어줄 수는 없을까.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고 보낸 한국교회가 세금 문제를 넘어서 세상을 감동시키는 일을 찾아내라면 단연 이 일을 꼽고 싶다.

우리는 안다. ‘마을’이 아이를 키워야 하고 ‘우리’가 나보다 똑똑하다는 사실을.

송길원 목사 (하이패밀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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