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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부터 새로워지겠습니다] 거짓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



“인생은 사소한 거짓으로 엮인 것,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네요.”

운전 중에 들은 라디오 방송에서 어느 여성 작가가 한 말입니다. 그 말을 송두리째 수긍할 수는 없었지만 상당부분 공감이 되고 긴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그날은 ‘나의 삶과 거짓’을 곱씹으며 저녁나절을 보내야 했습니다.

벌써 40년도 더 지났는데 성경 한 구절을 읽고는 큰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한복음 8장 44절이었습니다. 단순히 정리하면 거짓을 일삼는 자는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 마귀의 자식이라는 내용입니다. 그 말씀 앞에서 머뭇거릴 일이 아니었습니다. 마음가짐을 곧추기로 다짐하고 흔히 말하는 ‘흰색 거짓말’이라도 하지 않을 작정이었습니다.

바로 그 무렵 일입니다. 길을 가다가 미곡상을 하시는 어느 집사님 가게를 지나는데 이분이 제게 “목사님, 점심하셨어요?” 하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때가 점심시간이 막 지나 두 시쯤이었으니 평범하게 주고받을 만한 인사였습니다.

인사성 질문이었는데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에 “아직요” 하고 대답을 한 게 문제였습니다. 그때 집사님의 일그러지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집사님의 가게는 쌀뿐 아니라 연탄까지 취급해 그날은 꽤나 바빴고 의례적 인사일 뿐 정말 식사를 하자는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저의 고지식함이 바쁜 분을 난처하게 만든 셈이었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않기로 한 나의 결심은 그렇게 웃을 수만은 없는 일화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말로 하는 일상 속 거짓말은 쉽게 잡혀갔습니다. 문제는 말로 하지 않는 침묵의 거짓말도 있고, 몸짓의 거짓말도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것까지 고치려면 여간 큰 수행이 아니었습니다.

부목사로 일할 때입니다. 함께 일하던 교회 직원이 입원을 했다가 며칠 만에 출근해서 반가운 마음에 “오, 퇴원했네!” 하고 인사했습니다. 그러자 “예, 기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사뭇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그 진지한 대답에 그만 “미안해, 입원했다는 말을 듣고 한 번은 기도했는데…”라고 또 ‘솔직하게’ 말해버렸습니다. 그 말에 직원들이 와르르 웃었습니다.

사실 침묵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그러니 말하지 않고도 거짓말을 합니다. 마음을 담지 않고 표정이나 몸짓으로 하는 거짓말도 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더 자주 범하는 거짓말입니다. 오죽하면 ‘처치 스마일(Church Smile)’이란 말까지 회자될까요.

이제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그러는 너는?” 맞습니다. 목회 자리에서 물러난 지금까지 씨름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진정성 있는 몸짓을 가져보려 애씁니다. ‘잘난 척’에서 벗어나려고도 몸부림칩니다. 책의 어느 한 구절만 읽고 나서 마치 그 책을 완독한 양 말할 때도 많아서 지금도 여전히 그 책들을 버리지 못한 채 들고 있습니다.

거짓으로부터의 탈출. 이 어마어마한 숙제는 어쩌면 제 인생의 가장 큰 과제이지 싶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다짐해 봅니다. “나부터 거짓말하지 않겠습니다.”

임종수 목사 (큰나무교회 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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